대형마트 간 '가격전쟁'이 20일째 이어지면서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진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10원 전쟁'이 과열되면서 용량이 큰 상품이 작은 상품보다 더 싸게 팔리는가 하면,같은 대형마트인데도 지역별로 가격차가 커져 싼 지역 점포를 일부러 찾아가는 '원정고객'까지 생겨나고 있다.

◆뒤집힌 초코파이 가격

27일 오후 이마트 왕십리점 과자코너.김성중씨(40)는 용량이 다른 오리온 초코파이 상자 두 개를 들고 한참동안 고개를 갸우뚱했다. 24개들이 상자가 3770원인 반면 6개나 적은 18개들이 상자는 3820원으로 오히려 50원 더 비쌌기 때문이다. 김씨는 "용량 큰 제품이 작은 제품보다 가격이 싼 것은 처음 봤다"며 의아해 했다.

이마트는 지난 7일 오리온 초코파이 24개들이 가격을 5080원에서 4580원으로 10% 내렸다. 이때만 해도 3840원대인 18개들이보다 비쌌다. 하지만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앞다퉈 가격을 내리자 이마트는 할인품목인 24개들이를 3760원까지 내리면서 가격이 뒤집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경쟁사의 가격대응에 맞서 24개들이 위주로 가격을 인하 하면서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제조사의 공급 차질로 물량이 떨어진 일부 품목에 대해서도 '꿩 대신 닭'으로 대응하고 있다. 용량이 크지만 가격은 비슷하거나 더 싼 품목을 대신 내놓고 있는 것.이마트는 해태 고향만두의 경우 '1228g'짜리(4580원) 대신 '480g×3개(1440g)'를 4560원에,비트 세제는 '2.1㎏×2개'(4.2㎏ · 6592원) 대신 '4.3㎏'을 6590원에 각각 팔고 있다.

◆ 삼겹살 100g에 300원이나 차이

서울 가리봉동에 사는 주부 이선정씨(51)는 롯데마트 영등포점까지 찾아가 100g당 660원인 삼겹살을 1인당 최대한도인 1.5㎏이나 샀다. 그는 "삼겹살을 자주 먹진 않지만 이곳이 가장 싸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는데 집 근처 마트보다 100~200원은 싼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전쟁 이후 경쟁 점포들이 밀집한 초경합 상권과 비경쟁 상권 점포 간 가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특히 삼겹살과 돼지목심의 경우 대형마트 '빅3'가 나란히 붙어있는 영등포 지역 점포와 다른 지역 점포와의 가격차가 100g당 300원이 넘는다.

이마트는 영등포점 삼겹살 가격이 670원으로 미아점(980원)보다 310원 낮았다. '이마트보다 무조건 10원 싸게'를 내건 롯데마트도 영등포점이 660원으로 잠실점(970원)보다 310원 쌌다. 삼겹살 100g당 납품가가 1100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400원 이상 손해보고 파는 셈이다.

◆설 앞두고 가격전쟁 주춤할 듯

대형마트 간 비정상적인 출혈경쟁은 다음 달 초부터 본격화하는 설 시즌을 맞아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홈플러스가 이미 신선식품 가격경쟁에서 한발 뺀 데다 마트들이 최대 대목인 설 선물세트 판촉에 전력을 쏟을 태세이기 때문.또 이마트가 삼겹살 등 신선식품의 최소 인하기간으로 정한 '1개월'이 지나는 다음 달 7일 이후엔 적어도 납품가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가격전쟁은 설 연휴 직후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가 설 연휴 이후 20~30개 품목의 추가 인하를 단행할 예정인 데다 홈플러스도 이마트와 다른 품목의 상시인하를 준비하며 "진정한 가격인하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송태형 기자/김미리내 인턴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