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가까운 과거이자 현재이기 때문에 소설로 다루는 게 부담스럽긴 했어요. 하지만 작가의 정체성은 독자들과의 소통에 있다고 여깁니다. 그런 정체성을 지닌 작가는 사회의 현안을 통찰하며 미래를 고민하고 질문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는 김선우씨(40 · 사진)의 신작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예담 펴냄)는 2008년 최고의 화두였던 촛불집회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소설은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소녀 지오가 직장인 희영,아마추어 영화감독 연우,카페를 운영하는 수아 등 여러 여자들과 함께 2008년 촛불집회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다.

소설의 상당 부분은 촛불집회 및 참가자들을 묘사하는데 할애되어 있어 르포르타주처럼 읽히기도 한다. 아직 역사적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을 소설 소재로 끌어들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씨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념적 성향이 극단적으로 분리된 우리 사회 구도에서 촛불집회처럼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일은 작가에게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씨가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소재를 택한 이유는 문학과 문화의 힘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그는 "문화는 한 사회의 부드러운 교집합 역할을 한다"면서 "문화,문학을 통해서조차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정말로 암담한 사회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런 믿음을 소설 속 한 인물의 입을 빌어 드러내기도 했다. "문화는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교집합이지비.이 교집합이 두둑히 넓어져야 극단의 증오를 막을 수 있소.자기와 다른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문화적인 사람들입지."

김씨는 시인으로 문학을 시작했지만 재작년 발표한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를 시작으로 두 번째 장편소설까지 내며 소설가로 자리잡았다.

그는 두 장르의 차이에 대해 "시는 술에 취해서도 쓸 수 있지만 소설은 술에 취해서는 절대 쓸 수 없다"고 재치있게 정의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