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고용 상황은 1970년대 말 2차 오일 쇼크 때와 비슷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때문에 당장 가시적인 고용 개선을 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차 오일 쇼크 때와 비슷

LG경제연구원은 26일 '고용 회복이 더딘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금은 고용 회복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고용 회복은 통상 근로시간 증가→실질임금 상승→취업자 수 증가 등의 순서로 나타나는데 현재는 근로시간만 늘어나는 단계라고 밝혔다.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에도 3.3% 감소했으며 맨 마지막 단계인 취업자 수 증가는 올 상반기를 저점으로 아주 느리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고용 개선이 더딘 이유에 대해 연구원은 노동생산성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이 2005년을 100으로 노동생산성을 지수화해 살펴본 결과 지난해 3분기가 113.6으로 2008년 2분기의 117.1에 비해 큰 폭 낮아졌다. 추세선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노동생산성 하락폭이 2%에 이르렀다. 외환위기 때 노동생산성 하락폭 0.2%와는 비교하기도 힘들고 1970년대 말 2차 오일 쇼크 때(노동생산성 1.9% 하락)와 유사한 상황이다.

노동생산성이 이렇게 하락한 것은 생산 감소폭만큼 고용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부채 만기를 연장시켜 한계기업의 파산을 억제한 탓이다. 연구원은 경기 호전 국면에서 기업들이 당장 채용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활용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과거 취업자 수 추세로 복귀하는 데 경기 하강 시작 이후 3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고용 부진은 내년 1분기 이후에나 가시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과거 추세로 완전 복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고용 부진 심각

산업별로 봤을 때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상황이 더 안 좋다. 제조업의 경우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고 난 뒤 5분기 만인 작년 4분기 취업자 수가 소폭이나마 늘었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회복으로 제조업 생산이 비교적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여전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음식 · 숙박업은 취업자 수가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한 2008년 2분기 205만6000명에서 작년 3분기 192만2000명으로 줄었으며 작년 4분기에는 189만5000명으로 더 줄었다. 도 · 소매업의 경우도 2008년 2분기 362만8000명에서 지난해 3분기 369만9000명으로 줄었으며 작년 4분기엔 360만1000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강 연구원은 "음식 · 숙박업이나 도 · 소매업은 자영업 비중이 50%에 이르는데 2006년 이후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이 부문에서 취업자를 늘릴 여력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때 각 기업과 은행에서 해고당한 근로자가 대거 창업에 나서 고용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던 것과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석 달 연속 113을 기록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수준을 이어갔지만,취업기회 전망지수는 98로 전달의 102에 비해 떨어져 고용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이 때문에 정부가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업자 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제조업의 경우 연구개발(R&D),디자인,제품 설계 등 고부가 일자리가 더 생겨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을 강구해야 하며 서비스업은 진입장벽이나 자격 제한 등의 완화 내지 철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동/이태명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