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연구인력이 대학교수 다음으로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곳이 정부 출연연구소예요. "(지식경제부 관계자)

지경부가 지난 22일 내놓은 '석 · 박사급 인력 중소기업 파견제'는 '채찍과 당근' 중 당근이 돋보이는 정책이다. 중소기업 명함을 들고 다니기 싫어하는 석 · 박사급 연구인력을 중소기업으로 가게 만들기 위해 '정부 출연연구소(출연연) 연구원 신분'을 보장해준다는 방침이다. 고급 연구인력들은 출연연 소속으로 중소기업에 파견돼 최소 3년간 일해보고 앞 길이 보인다고 판단하면 그 기업에서 계속 일하고 아니면 출연연에 복귀해 다른 중소기업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파견기간 임금도 '중소기업 수준'이 아니라 '출연연 수준'으로 받고 출연연의 기존 연구직렬과 달리 파견 기업으로부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나 기술료도 받을 수 있다.

지경부는 출연연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양측 모두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출연연구소 연구원은 "결국 출연연 정원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파견된 연구인력이 파견 기간이 끝난 뒤 중소기업에 남지 않고 출연연으로 돌아와 장기간 눌러 앉으면 어떡할 거냐는 것이다.

이들은 정규직이어서 마음대로 자를 수 없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공공기관의 인력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자칫하면 이 제도가 출연연 인력을 편법증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고급 인력들이 중소기업에 파견된 뒤에도 '마음은 콩밭'에 가 있을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이들이 중소기업에 마음을 못 붙이고 계속 대기업 연구직 자리를 기웃거리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은 힘들어진다.

지경부가 내놓은 제도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중소기업과 연구인력을 이어줄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좋은 취지를 살리려면 '당근' 못지않게 '채찍'이 필요하지 않을까. 중소기업 파견기간이 '시간 때우기'가 되지 않도록 파견 연구직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