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3차원(D) 입체 영화 '아바타' 열풍은 영상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등장한 애플 아이폰이 PC와 휴대폰의 경계를 허무는 '스마트 전쟁(Smart War)'을 불러왔듯 아바타는 '입체전쟁(Steroscopy War)'을 촉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3D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장소는 안방이다. 삼성,LG,소니 등은 2~3월께 국내외 시장에 3D 입체 영상을 지원하는 TV를 앞다퉈 내놓는다. 흑백,컬러,디지털에 이어 3D 입체로 판을 바꿔 제4차 TV 전쟁이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해 20만대에 불과했던 3D TV시장이 2018년 64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 1억대 이상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오는 6월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은 3D 전쟁의 전초전이다. 선수들의 발을 떠난 공인구 자블라니가 무회전으로 골대를 향하는 입체 영상을 체험한 소비자들이 앞다퉈 3D TV를 구매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TV 패러다임의 시작

TV 메이커들의 3D 전쟁은 10~2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궁극의 3D 제품이 나오는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플러스 알파' 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3D 기술과 콘텐츠를 가진 다양한 업체들이 TV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헤쳐모이는 합종연횡이 수시로 이뤄질 것"이라며 "드림웍스와 삼성전자가 3D 콘텐츠 공급과 관련된 제휴를 맺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막이 오르는 '1차 3D 전쟁'의 화두는 '화질'과 '안경'이다. 자사의 TV가 안정적으로 3D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라는 것.생생한 입체감과 또렷한 화질을 갖춘 제품을 선보여야 올해 3D TV를 구매하는 '얼리 어답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무안경 3D'의 시대는 2~3년 정도 지나야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기술로도 안경 없이 3D 영상을 구현할 수 있지만 입체감이 떨어지고 관련 콘텐츠 제작 비용도 비싸 시장성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안경 없이 생생한 3차원 화면을 구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방 전체를 3차원 TV로 둘러싸는 것"이라며 "디스플레이의 가격을 더 낮추는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작인식 3D'도 2~3년 내에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토리를 바꿀 수 있는 '양방향 3차원 콘텐츠'가 등장한다는 의미다.

이 기술은 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도와 냄새 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4D 기술'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안경 전쟁

3D TV용 안경은 편광 방식과 셔터글라스 방식으로 나뉜다. 필름을 통해 좌우영상을 분리하는 편광방식은 제작비가 저렴하지만 화면과 안경 모두에 필름을 덧붙여야 하므로 화질이 떨어진다. 이 방식은 안경을 분실해도 큰 부담이 없어 극장에서 주로 많이 사용한다.

셔터글라스 방식은 카메라의 셔터와 작동원리가 엇비슷하다. 양쪽 눈을 번갈아가면서 가려주는 방법을 통해 왼쪽과 오른쪽 눈에 서로 다른 영상을 쏴준다. 안경 제작비는 비싸지만 화질이 좋아 가정용 TV에 응용하기 적합하다.

TV메이커들은 3차원 화면을 볼 수 있도록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가려 주는 셔터 안경의 품질이 초기 3D TV 시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볍고 착용감도 편안해야 2~3시간을 무리없이 쓰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가전쇼(CES) 전시장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안경을 더 편안하게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요즘 스테레오그래퍼라는 신종 직업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어떤 각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입체를 구현해야 가장 좋은지 판단하는 일을 한다.

송형석/김태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