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복용 비용이 200여만원을 웃도는 고가 백혈병약 '글리벡'에 대한 정부의 가격인하 정책이 취소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2일 보건복지가족부의 글리벡 보험약가 인하고시를 취소해 달라며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노바티스가 낸 보험약가인하고시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글리벡필름코팅정 100㎎의 상한금액 2만3045원은 미국 등 7개국 평균가로 정해져 과대평가됐다고 할수 없다"며 "글리벡 400㎎이 팔리는 나라에서도 평균 가격이 글리벡 100㎎의 3.95배에 달하는 점 등에 비춰 상한금액 산정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글리벡은 2차 처방약인 스프라이셀과 대상 및 효능이 다르고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관세인하를 이유로 특정 약제만 상한 금액을 낮추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고 협정 취지에도 안 맞는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2003년 1월 글리벡 100㎎ 상한금액을 2만3045원으로 고시했다가 2008년 6월 건강보험가입자 173명이 "약값 산정이 불합리하다"며 인하를 신청하자 글리벡 400㎎ 미등재,스프라이셀 대비 비용효과 등을 이유로 1만9818원으로 낮춰 고시했다. 이에 대해 노바티스는 인하 고시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2008년 당시 상한금액 인하는 환자들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직권으로 결정한 첫 조치였다.

제약업계는 스프라이셀 노보세븐 등 정부가 값을 강제로 인하한 5가지 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이 현재 정부 결정을 받아들여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뒤늦게 소송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정기약가 재평가나 기등재약 목록재평가 등이 아닌 임의 행정처분 형식으로 약가를 낮출 경우 제약업체들이 유사 소송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해성/이관우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