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임직원에게 푸는 성과급이 연초 소비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삼성,현대 · 기아차,LG 등 3대 그룹만 3조원이 넘어 '성과급 특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는 '13월의 월급'인 연말정산 세금 환급도 예정돼 있는 데다 최대 대목인 설과 졸업 · 입학 선물 특수와 맞물리면서 전자 · 유통 · 여행 등 관련 업계가 한껏 부풀어 있다.

삼성그룹은 이달 말까지 계열사별로 연봉의 최대 50%까지 초과이익 분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실적 호조로 사상 최대인 1조5000억원을 풀 것이라는 예상이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직원들에게 300%가량의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 · 기아차 그룹도 기본급을 동결했지만 사상 최대인 1조2000억~1조3000억원의 성과급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까지 3대 그룹이 지급할 성과급만 3조3000억~3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다 다른 대기업과 금융회사들까지 합치면 줄잡아 4조~5조원의 성과급 잔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성과급을 거의 지급하지 못했다.

목돈을 손에 쥔 대기업 임직원들이 평소 눈여겨봐둔 고급시계,모피,명품 등 고가 상품을 구매하며 백화점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겨울 정기세일에 들어간 지난 8~18일 대기업 임직원의 구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36.6% 증가했다. 에르메스 시계매장 관계자는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용 수요가 두드러져 200만원대인 'H아워' 여성용 시계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에서는 8~19일 모피 매출이 138.9%,명품이 73.7% 늘었고,불황으로 크게 부진했던 신사복(57.2%),가전(94.6%)까지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자전문점 하이마트에서는 올 들어 LED TV 등 대형 제품을 중심으로 TV 매출이 34.5%,PC는 25.4% 각각 늘었다. 스마트폰,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도 15.0% 신장했다. 강대현 하이마트 대치점장은 "20~30대 직장인이 지갑을 연 데다 졸업 · 입학 시즌과 스마트폰 열풍으로 다음 달에도 판매 호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2년 만에 최대 특수를 맞았다. 하나투어의 1월 예약 고객은 19일까지 11만7000여명으로 지난해 1월 전체 예약 인원(7만2826명)보다 60% 이상 늘었다. 2월 예약 고객도 벌써 6만명으로 전년 대비 135% 급증했다.

정기윤 하나투어 팀장은 "인기 여행지는 내달 말까지 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1월 실적으론 사상 최대인 120만명을 수송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면세점도 덩달아 호황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들어 내국인 매출이 76% 늘었다. 롯데면세점 태그호이어 매장 직원은 "이달 들어 유독 20~40대 남성 고객이 늘었다"며 "주로 200만~30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본인이 착용할 시계를 보러 온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강유현/김재일/송형석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