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이 잘못된 것 아니야?"

출판사 열린책들이 272쪽짜리 《볼라뇨,로베르토 볼라뇨》의 정가를 '666원'으로 책정한데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어떻게 믿기지 않는 가격의 책이 나오게 됐을까.

그 경위는 이렇다. 출판사는 이번 달부터 다음 해까지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1953~2003년)의 전집을 12권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그러나 볼라뇨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지난해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이 국내에 소개된 게 고작.전집 출간에 앞서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버즈북(buzzbook)'이라는 독특한 마케팅 방식은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다. 버즈북은 소문이 자자하다는 뜻의 영단어 버즈(buzz)와 북(book)의 합성어로,본격적인 출간 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책이다. 《볼라뇨,로베르토 볼라뇨》의 제작 단가는 권당 778원이었다. 그러나 볼라뇨의 대표작 《2666》의 상징성을 따와 그보다 낮은 가격인 666원으로 가격을 결정했다는 게 열린책들 측의 설명이다.

이런 경위를 알지 못한다 해도 '악마의 숫자'를 연상시키는 '666원'이라는 가격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이는 볼라뇨에 관심을 가질 만한 고급 문학 독자들의 흥미를 일단 자극한 다음,자세한 정보 제공으로 이들을 포섭해 전집 판매로 연결짓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작가의 전집이 호응을 얻으려면 일단 고급 독자들 사이에서부터 입소문을 타는 게 중요한 까닭이다. 출판사가 약간의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종의 '미끼 상품'격인 《볼라뇨,로베르토 볼라뇨》를 1만부 발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소영 열린책들 편집장은 "볼라뇨에 대해 단편적으로 백번 말하는 것보다 책으로 묶어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버즈북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칠레 산티아고 태생인 볼라뇨는 라틴아메리카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로 꼽힌다. 《2666》은 스페인과 칠레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영미권 유력지에서도 격찬을 받았다.

그렇다면 현금으로 이 책 한 권을 구입할 때 거스름돈은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전례가 없는 일이라 서점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교보문고는 "구매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이번 경우에는 신간 할인율 10%를 특별히 적용,600원으로 판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