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경영 두통'…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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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단속·약가 인하 가속…각종 악재에 매출감소 불가피
2010년 계획 못세우고 정부 눈치만…중소업체들 더 심각 "최악될 것"
2010년 계획 못세우고 정부 눈치만…중소업체들 더 심각 "최악될 것"
#1.국내 대형 제약회사인 H사는 지난 4일 열린 시무식에서 매출 목표와 경영전략 발표를 전격 취소했다. 최근 매년 10~20%의 고성장을 일궈왔던 이 회사는 매년 시무식에서 회사 대표가 직접 매출 목표를 공개해왔다. 회사 측은 "전직원들이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며 강도높은 생산성 향상을 주문했다.
#2.지난 20여년간 꾸준히 매출을 늘려왔던 중견 제약회사 E사는 올해 경영화두를 이례적으로 '생존'과 '효율'로 잡았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 채용과 영업사원 교육연수 등 비용이 드는 계획은 모두 취소하거나 절반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이 회사 K대표는 "올 한 해는 제약업계에 최악의 빙하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약계가 연초부터 잇따라 발생하는 각종 악재로 인해 성장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의 리베이트 수사와 보건복지부의 보험약가 인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실정이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국내 주요 제약회사인 C사를 전격 압수수색,리베이트 의혹 조사를 실시했다. 또 이튿날에는 Y사의 의약품 판매 현황 자료를 갖고 갔다. 또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 K사와 H사의 대표이사를 리베이트 영업과 관련,불구속 기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검찰과 공정위 등의 리베이트 단속이 전례없이 거세지고 있다"며 "제약업체들도 리베이트가 없어지길 바라지만 워낙 고강도의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당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건강보험재정 절감 정책인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따른 지속적인 보험약가 인하도 악재 중 하나다. 복지부는 올해 기등재약목록정비 본평가의 일환으로 순환기계,소화기계,장질환계 분야 3200여개 품목에 대해 보험을 계속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는 대부분 올 10월께 나오겠지만, 고혈압약의 경우 이르면 내달께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매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인 만큼 보험급여 목록에서 빠질 경우 매출 손실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올해 '일반의약품 보험급여 타당성 평가'의 일환으로 1880여개에 달하는 일반의약품을 재평가한다. 치료효과와 경제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보험급여 대상을 추려내 올해 3000억~4000억원가량의 약제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업계 매출(10조원)의 3~4%에 달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업체들은 경영전략 발표를 유보하거나,유동적으로 잡아놓은 채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올 들어 구체적인 올해 매출 목표와 영업전략을 수립했거나 공개한 회사는 동아제약 녹십자 한독약품 LG생명과학 등 6~7개사에 불과하다.
동아제약은 내부적으로 10%가량 늘려잡은 9000억원 안팎을,유한양행과 한미약품,중외제약,LG생명과학 등은 6~9% 범위의 한자릿수 매출성장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한독약품(19%)과 지난해 신종플루 백신 등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일군 녹십자(23%)만이 유일하게 20% 안팎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 압박이 지속되고 있지만 줄어드는 매출을 벌충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점.당장 시장에 내놓을 신약이나 수입해 판매할 의약품이 드문데다,복제해서 팔 만한 특허만료 의약품도 거의 없다. 복제약의 경우 오는 4월부터는 종전보다 최대 30%가량 보험약가를 깎는 새 보험약가 산정 기준을 적용받아 복제약으로는 이익 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제약업체 대표는 "한마디로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시계제로'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2.지난 20여년간 꾸준히 매출을 늘려왔던 중견 제약회사 E사는 올해 경영화두를 이례적으로 '생존'과 '효율'로 잡았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 채용과 영업사원 교육연수 등 비용이 드는 계획은 모두 취소하거나 절반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이 회사 K대표는 "올 한 해는 제약업계에 최악의 빙하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약계가 연초부터 잇따라 발생하는 각종 악재로 인해 성장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의 리베이트 수사와 보건복지부의 보험약가 인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실정이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국내 주요 제약회사인 C사를 전격 압수수색,리베이트 의혹 조사를 실시했다. 또 이튿날에는 Y사의 의약품 판매 현황 자료를 갖고 갔다. 또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 K사와 H사의 대표이사를 리베이트 영업과 관련,불구속 기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검찰과 공정위 등의 리베이트 단속이 전례없이 거세지고 있다"며 "제약업체들도 리베이트가 없어지길 바라지만 워낙 고강도의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당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건강보험재정 절감 정책인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따른 지속적인 보험약가 인하도 악재 중 하나다. 복지부는 올해 기등재약목록정비 본평가의 일환으로 순환기계,소화기계,장질환계 분야 3200여개 품목에 대해 보험을 계속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는 대부분 올 10월께 나오겠지만, 고혈압약의 경우 이르면 내달께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매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인 만큼 보험급여 목록에서 빠질 경우 매출 손실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올해 '일반의약품 보험급여 타당성 평가'의 일환으로 1880여개에 달하는 일반의약품을 재평가한다. 치료효과와 경제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보험급여 대상을 추려내 올해 3000억~4000억원가량의 약제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업계 매출(10조원)의 3~4%에 달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업체들은 경영전략 발표를 유보하거나,유동적으로 잡아놓은 채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올 들어 구체적인 올해 매출 목표와 영업전략을 수립했거나 공개한 회사는 동아제약 녹십자 한독약품 LG생명과학 등 6~7개사에 불과하다.
동아제약은 내부적으로 10%가량 늘려잡은 9000억원 안팎을,유한양행과 한미약품,중외제약,LG생명과학 등은 6~9% 범위의 한자릿수 매출성장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한독약품(19%)과 지난해 신종플루 백신 등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일군 녹십자(23%)만이 유일하게 20% 안팎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 압박이 지속되고 있지만 줄어드는 매출을 벌충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점.당장 시장에 내놓을 신약이나 수입해 판매할 의약품이 드문데다,복제해서 팔 만한 특허만료 의약품도 거의 없다. 복제약의 경우 오는 4월부터는 종전보다 최대 30%가량 보험약가를 깎는 새 보험약가 산정 기준을 적용받아 복제약으로는 이익 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제약업체 대표는 "한마디로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시계제로'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