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김 대리는 곧장 3차원(D) 입체 TV를 켠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삼림욕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월정사' 영상을 고르자 어느새 눈앞에는 전나무숲이 펼쳐진다. 숲을 헤치고 조그만 구릉에 오르자 피톤치드 향기와 산들바람까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퇴근 후 30분,김 대리는 회사일을 잊고 오대산의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TV 메이커들이 3D 입체 영상 기술을 응용해 개발하고 있는 제품 컨셉트다. 가까운 미래에 TV가 놓인 거실을 체감형 공간으로 바꿔 놓을 기술이다.

외화 최초로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3D 입체 영화 '아바타' 열풍은 이미 영상산업 지형을 뒤흔들어 놨다. 2007년 등장한 애플 아이폰이 PC와 휴대폰의 경계를 허무는 '스마트 전쟁(smart war)'을 불러왔듯 아바타는 '입체 전쟁(steroscopy war)'을 촉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안방에서 3D 입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도 곧 다가온다. 삼성,LG,소니 등은 2,3월께 국내외 시장에 3D 입체 영상을 지원하는 TV를 앞다퉈 내놓는다. 흑백,컬러,디지털에 이어 3D 입체로 판을 바꿔 제4차 TV 전쟁을 벌일 태세다.

오는 6월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경기도 3D 입체 영상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그리스와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주장 박지성이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을 뛰며 흘리는 땀방울,거친 숨결까지 안방에서 체험할 수 있다.

3D 입체 기술은 PC,휴대폰은 물론 쇼핑,의료,국방 등 연관산업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동작인식,후각,촉각까지 지원하는 4차원 TV는 개발을 시작했고 안경 없이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홀로그램,다시점(多視點) 영상 기술 개발 열기도 뜨겁다.

안경에서 망막으로 바로 영상을 쏴주는 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산업지형을 변모시킬 3D 혁명의 막이 올랐다.

김태훈/송형석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