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단숨에 월드스타가 된 김윤진씨(37 · 사진)가 자신이 주연한 한국 멜로영화 '하모니'(감독 강대규 · 28일 개봉) 홍보차 내한했다. 그는 '로스트' 시리즈 촬영이 잠시 빈 기간을 활용해 이 작품에 출연했다. 오는 17일 하와이로 떠나 '로스트' 시리즈 완결편인 시즌 6의 막바지 촬영에 들어간다. 시즌 6은 내달부터 5월까지 미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14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두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로스트'는 한창 때 미국인 3000만여명이 동시에 시청하기도 했어요. 케이블방송이 많은 미국에서는 '대박'이죠.한국 시청률로 치면 40~45%쯤 될 거예요. 이 작품은 지금까지 215개국에서 방영됐어요. 전 세계 국가가 220여개국이고 올림픽 참가국보다 많다고 하니까 실감이 나더군요. "

김윤진씨는 촬영차 영국을 방문했을 때 팬들의 열광을 보고 비로소 월드스타가 됐음을 느꼈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 팬들의 서신도 답지했다. 2004년부터 6년간 '로스트'에 몸바친 결실이다. '로스트'는 호주에서 미국으로 가던 비행기가 사고로 외딴 섬에 불시착한 뒤 48명의 생존자들이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는 작품.그는 이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매년 미국 하와이에서 9개월,한국에서 3개월 정도 생활했다.

"'로스트'는 영화 '쉬리'처럼 제 배우 인생에 새 장을 열어준 작품입니다. 미국 드라마사상 동양인이 주연으로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42분의 드라마 중 절반 정도가 한국어 대사로 방영된 적도 있어요. 미국 드라마에서 이처럼 외국어가 많이 등장한 적은 없었어요. '로스트' 성공 이후 산드라 오 등 재미교포들이 영화와 드라마에 다수 진출했어요. "

그러나 '로스트'로 인해 '아바타'와는 인연을 맺을 수 없었다. "제임스 캐머론 감독의 '아바타'의 파일럿용으로 두 장면을 찍었어요. 그런데 촬영 기간이 1년이나 걸린다고 하더군요. 전 '로스트'에 계약돼 있는 몸인지라 출연을 못했던 거지요. "

그는 '로스트' 촬영이 잠시 비었던 지난해 여름 '하모니'를 찍었다. 감옥에서 아들을 낳아 기르며 합창단을 결성해 삶의 희망을 모색하는 장기수 역이다.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강력한 유머와 눈물 코드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다.

"여배우는 예쁜 아기와 공연하지 말라는 속설이 있어요. 아기만큼 순수하고 예쁜 표정을 지을 수 없으니까요. 엄마와 아기가 나오는 투샷에서는 아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빨아들이거든요. 그런데 태경이(아기 역)가 방긋 웃을 때 가슴이 찌릿찌릿하더군요. 저도 아기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

그는 결혼관도 들려줬다. "결혼 준비는 돼 있지만 아직 상대는 없어요. 한 달만 연애해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외국 남자는 지금으로서는 사절이란다. "미국 남자랑 연애한 적은 없어요. 별 감정이 일지 않았어요. 외국인은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나쁜 선입견이 있어요. 사랑에 국경이 없다지만 나한테는 어려울 듯해요. "

글=유재혁/사진=정동헌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