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선 회복을 노리던 코스피지수가 중국 지급준비율 인상에 따른 긴축 우려에 발목이 잡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밀렸다. 특히 중국 관련주로 꼽히는 철강 조선 해운 등이 급락하며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이번 조치는 예상됐던 일인 데다 중국의 고성장 추세를 꺾는 요인도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시 상승세가 여전히 살아 있는 만큼 낙폭이 큰 중국 관련주에 대해선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외국인 1300억원 넘게 순매도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장 마감 후 나온 중국 지급준비율 인상 소식에 하락세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27.23포인트(1.60%) 떨어진 1671.41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하루 만에 '팔자'로 돌아서 1397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면서 지수는 낙폭을 줄이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특히 철강 조선 해운 등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중국의 긴축이 본격화될 경우 산업재 수요 감소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4.49% 급락한 59만6000원에 마감,지난달 22일 이후 13일 만에 60만원 아래로 밀렸다. 올 사상 최대 실적 기대로 상승해 온 데 따른 피로감에 중국 긴축 우려가 겹쳐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현대중공업은 5.64% 빠진 19만2500원에 끝나 나흘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현대상선도 4.59% 떨어졌다.

일본과 대만이 각각 1% 넘게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 넘게 급락해 전날까지 사흘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철강·조선·해운 등 중국 관련株 동반급락
◆중국 성장세는 계속…과민 반응 경계를

전문가들은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조용찬 한화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도 이번 조치를 의외라기보다는 예상됐던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중국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 11%,올해 1분기 12%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급준비율 인상이 이런 성장세를 꺾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도 "시장의 예상보다 일찍 나온 것은 맞지만 심리적으로 단기적 충격을 주는 데 그칠 것"이라며 "이번 조치의 목적이 신규 대출 증가 속도를 둔화시켜 대출 과열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2004년 중국의 긴축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4년 4월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약 한 달 동안 22% 급락했지만 당시엔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로 긴축이 이뤄졌다"며 "이번엔 자산 버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인 만큼 한국 경제와 증시에 악재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소비 증가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부동산 등 자산가격 과열을 막으려는 조치인 만큼 국내 증시 주도주인 정보기술(IT)주의 실적 개선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덕 BOA메릴린치 전무는 "외국인도 예상보다 빠르긴 했지만 어차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라며 "원 · 달러 환율 하락으로 IT 등 수출주가 고전하고 있지만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상태여서 중국발 악재가 진정되면 IT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사자'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차 등이 중 ·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철강주들이 중국산 철강제품의 덤핑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경영/김동윤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