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전력 인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민은행 지준율 인상은 사실상 긴축의 시작과 함께 '출구전략' 시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국내 증시에도 조정의 빌미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급준비율을 높이면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할 돈이 많아져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게 되고 낮추면 시중유동성이 확대된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기 변동성은 가할 수는 있지만 경기회복 기조나 증시의 추세까지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전날 저녁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인민은행의 이번 지급준비율 인상은 2008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중국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상은 은행을 통한 대출증가 속도가 둔화되지 않았고 경기 회복이 지속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일단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상으로 긴축 사이클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면서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면 인민은행 입장에서 망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제는 앞으로 긴축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1996년 이후 금리 수준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다는 측면을 감안할 경우 긴축 속도가 빨라지거나 그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국내증시는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상을 조정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상이 지금의 경기를 완전히 꺾어버리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과도한 유동성을 일정 부분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 회복과 주식시장의 추세를 전환시키는 조치로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도 "중국 금융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글로벌 증시에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인민은행의 정책기조가 금융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힘들고 예상보다 급격히 증가한 은행대출을 조정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시키려는 조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마 연구원은 "중국경제는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면서 "중국경제의 고성장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고 국내증시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리적인 측면이 강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따른 조정의 폭과 기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중국의 지준율 인상이 자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말부터 시중 유동성 조절에 노력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 조절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번 인상 이후 하반기까지 최소 1회 이상 지준율 인상이 추가로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 및 위안화 환율 인상 등 여타 통화량 긴축 정책의 실행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수출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소비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은행 지준율의 전격 인상으로 경제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유동성 축소에 따른 자산시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시가 당분간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은행 등 금융주와 부동산 및 건설 관련주 등의 약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13일 오전 9시4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43포인트 내린 1685.56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