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접목한 '시네라마' 시대 활짝 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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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문화 오디세이 (3) '아이리스' 연출한 영화감독 양윤호씨
"영화에서 배운 액션 스케일 키우고
빠른 편집으로 속도감을 높였더니 드라마에 시청자들 몰리데요"
"영화에서 배운 액션 스케일 키우고
빠른 편집으로 속도감을 높였더니 드라마에 시청자들 몰리데요"
영화 '리베라메'와 '바람의 파이터'의 양윤호 감독은 화제의 방송드라마 '아이리스'를 연출해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영화를 준비하던 중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제안을 받고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아이리스'를 연출했다. 3~6개월이면 충분한 영화에 비해 제작 기간이 두 배 정도 길었다. 양 감독은 또 10월 중순 '아이리스'의 방영 직전까지 50%를 완성한 뒤 방영 개시 후 2개월 반 동안 나머지 50%를 연출했다. 100% 완성 후 개봉하는 영화와는 달랐다.
"영화와 드라마는 제작 방식에선 달랐지만 관객 감정을 움직이는 상품이란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영화에서 배운 것을 방송드라마에 접목해 효과를 거둘 수 있었지요. 액션 스케일을 키우고 빠른 편집으로 속도감을 높였습니다. 결국 크로스오버가 작품 질을 끌어올린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
'아이리스'에서 공동 연출자인 드라마 PD 출신의 김규태 감독이 멜로와 세트 신을 맡는 동안 양 감독은 액션과 남성들의 이야기에 영화적인 연출기법을 도입했다. "작가들은 많이 본 듯한 소극적인 액션 장면을 설계하더군요. 그래서 액션을 크게 벌려달라고 주문했어요. "
그는 액션 스케일을 확대하고 짧은 커트들을 연결해 이야기의 속도감을 높였다. 야외촬영에서는 실감을 높이기 위해 흔들리는 앵글로 촬영했다. 드라마로는 거의 '사고' 수준이었다. 조명 분야도 보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영화 팀으로 교체했다.
"'미드'가 유행한 지 10년이 됐어요. 젊은 층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수준 높은 액션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영화계가 해결할 수 있어요. 솔직히 이 작품 연출을 맡았을 때 드라마 판도를 바꾸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현행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내가 적응한다면 전혀 다른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드라마 제작은 '살아움직이는 생물'같았다고 그는 상기했다. 시청자 반응을 살펴가며 내용을 수정 보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가마저 '아이리스' 내용이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는 것이다. 컨트롤 타워가 한 곳에 집중한 게 아니라 배우 · 작가 등과의 협업이 중요했다.
"작가는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합니다. 영화 판에선 감독이 전권을 쥔 것과 달리 드라마 현장에서는 작가 파워가 더 강하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이 점에서 혼란스러웠어요. 시간이 흐른 뒤 적응하게 됐지요. 좋은 작가란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멤버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드라마는 현장의 즉흥성과 함께 많은 분량을 찍어야 하는 만큼 성실성이 강조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반면 영화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장르의 강점들을 혼합하면 서로를 변화시킬 여지가 많습니다. 산업 파이를 키우려면 장르 간 크로스오버가 필요합니다. 가령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영화 감독의 상상력이 요구됩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메인드라마가 약한 게 문제예요.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은 극영화 감독이 잘하거든요. 표현 부문만 애니메이션 감독이 맡으면 되지요. "
'아이리스'에서 보여준 대형 폭발 장면도 크로스오버의 산물이라고 한다.
"쇼핑몰 폭파 신은 영화 '리베라메'에서 화재 신을 했던 특수효과 업체가 기존 화재 기술에다 스턴트 분야까지 결합해 펼쳐낸 거지요. 이처럼 이종 기술이 어우러져야 대형 신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그는 방송 드라마의 PPL(간접광고)파워를 영화에 도입하는 방안도 모색할 생각이다. '아이리스'에는 기아 신차 'K7'을 비롯한 약 30개의 간접광고가 들어왔다. 이는 영화 화제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량이라고.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점차 좁아지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를 알아야 편협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경쟁사회에서 생존 가능성도 높아질 거고요. "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1996년 박신양이 주연한 영화 '유리'로 데뷔한 이래 '리베라메''바람의 파이터''홀리데이''가면' 등 대중성 있는 영화를 연출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