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그동안 억눌려 왔던 차익실현 매물이 1700선 돌파와 함께 쏟아지면서 1680선 초반으로 크게 후퇴했다. 살아있던 '1월 효과'에 대한 기대 역시 반감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급락과 외국인들의 매수태도 변화, 시장을 이끌 뚜렷한 모멘텀 부재 등으로 당분간 기간조정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1.87포인트(1.28%) 내린 1683.45로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는 미국 증시가 이틀째 혼조세를 보였다는 소식에다 단기급등한 정보기술(IT) 관련주와 자동차주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날보다 2.40포인트(0.14%) 내린 1702.92로 출발했다.

삼성전자가 장시작 전 양호한 4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트리거'역할을 했다.

장중 1130원대가 붕괴됐던 원·달러 환율의 속락세가 다소 진정됐고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호전되며 상승 반전하기도 했지만 기관의 차익매물로 오후들어 낙폭을 더욱 키웠다.

또한 장 막판 기획재정부가 8일 열리는 금융통회위원회 회의부터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로까지 확대 해석되며 투자심리 냉각에 한 몫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엿새째 매수기조를 이어가며 2258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그동안 매수세를 집중시킨 자동차와 IT 업종에서 시선을 떼 조선주로 돌리면서 주도주와 소외주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665억원과 972억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바치익거래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체적으로 50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하락 배경으로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기화로 단기급등 이후 억눌려 왔던 차익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추세적인 하락 전환은 아니더라도 전고점을 앞두고 기간조정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의 매도 물량이 코스피지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지수가 단기 급등하며 1700선을 뚫자 펀드 환매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외국인의 매매 방향성이 틀어진 것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실제 최근까지 IT
관련주와 자동차주에 집중하던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약해졌고 조선주로 시선이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속락하고 있는 것도 코스피지수 하락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전날까지와 다른 양상은 외국인들이 꾸준히 사는데도 전체 증시가 하락한 것"이라며 "원화강세가 외국인 매수세를 이끄는 데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수출주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또 "전체적으로 시장의 강세 흐름이 훼손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인 1723을 뚫고 안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기계와 운수장비, 운수창고, 통신 업종 정도만 올랐고, 전기전자와 의료정밀, 화학, 종이목재 업종은 크게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조선주들이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시장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급등했다.

현대미포조선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이 6-9%대 강세를 보였다.

금호아시아그룹 관련주들도 상승세로 전환됐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 결정이 내려진 금호타이어가 가격제한폭 가까이 올랐고 금호산업도 3%대 오름세를 기록했다.

반면 4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 삼성전자가 3.33%대로 밀린데 이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대형 IT주들은 5-7%대 급락세를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주들도 반등 하룻만에 또다시 3-4%대 하락세로 전환됐다.

상한가 3개 종목을 포함해 311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없이 484개 종목이 내렸다.

거래량은 4억5646만주, 거래대금은 7조3776억원을 기록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이후 추가적으로 전체 시장을 이끌 재료가 부족하다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환율 또한 급하게 밀리면서 IT와 자동주가 동반 하락한 것도 지수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민 팀장은 "지수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지난해말 이후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을 염두에 두고 지수 하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