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의 불가사의 중 하나는 골프용품에 외제가 많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이나 골프 열기는 세계 정상급이지만 클럽 · 볼 등 골프용품은 국산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국산 활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양궁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외제 일색'의 국내 골프용품 업계에서 국산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골프볼 제조업체 볼빅의 문경안 대표(53)다. 철강유통업을 하던 문 대표는 3개월여의 시장조사를 거쳐 지난해 8월 볼빅을 인수했다. 그리고 6개월이 채 안 된 사이에 새 제품을 내고,프로골퍼를 후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스카이72CC에서 열린 KB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 때는 '볼빅 볼을 사용해 우승할 경우 1억원의 보너스를 주겠다'고 파격적인 제안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는 골프 입문 후 8개월 만에 '싱글 핸디캐퍼'가 됐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입니다. 한국 골프의 위상에 걸맞은 볼 브랜드를 만들고 말겠습니다. 우리 골퍼들은 볼을 고를 때 기량이나 볼의 특성보다는 브랜드를 먼저 따집니다. '골프는 못해도 볼은 좋은 것을 쓴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지요. 특히 프로들의 국산 볼 외면은 심각합니다. 제자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그들을 따라하게 마련인데 프로들이 국산을 안 쓰니 아마추어들도 국산을 기피합니다. "

문 대표는 내수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려 매출 200억원 달성을 올해 목표로 잡았다. 그러려면 60만다즌(1다즌에 12개)을 팔아야 한다. 그가 볼빅을 인수할 당시 점유율은 4%였으나 지난해 11,12월 두 달 동안 10% 정도로 끌어올렸다. 그 중심에는 고급 4피스볼 '비스타'(7만2000원)가 있었다. 이 볼은 로봇 실험을 통해 거리 · 스핀량 · 방향성 등에서 외국 유명 브랜드를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과 디자인을 혁신해 손쉽게 볼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하고,최광수 · 배경은 등 유명 선수들이 볼빅 제품을 사용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다.

"일본의 경우 전체 시장에서 일제가 70%를 점유하고 나머지 30%를 타이틀리스트 · 캘러웨이 등 미국 볼이 차지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볼빅 · 빅야드 등 국산이 겨우 10% 수준이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양궁은 15~20년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제 활이 활개를 쳤으나 우리 선수들이 국산 제품을 써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휩쓸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한국 제품으로 잘 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세계 활 시장의 70%를 국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골프볼도 그럴 날이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국산 볼을 사용한 선수가 미국PGA나 LPGA투어에서 우승할 경우 세계 골프계는 국산 볼을 주목할 것입니다. "

문 대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간판 선수들이 국산 볼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정상급 선수가 우리 볼을 쓰면 국산 볼도 금세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김경수/사진=허문찬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