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다시 뛴다] 기업은행, 中企·개인금융 쌍두마차로 제2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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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윤용로 행장)의 2010년 경영 목표는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의 확대 균형'이다. 중소기업 금융 전문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해나가는 동시에 개인금융 부문에서도 민간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해 예금 순증액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많은 12조원으로 늘리는 게 올해 목표다.
기업은행이 개인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자산 구조가 중소기업에 편중돼 있으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기침체 시에 자산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개인금융 부문을 강화해 안정적인 조달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우선 중소기업 고객 기반을 개인 고객 확대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직원들부터 개인 고객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 직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개인금융 부문에서 기업은행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사업본부 간 협조 체제를 구축해 중소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또 개인고객 대상 영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 및 기관 대상 예금 유치를 연간 핵심 추진과제로 정했다. 예금 외에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의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기존 예금 고객에 대한 교차판매를 늘려 안정적인 비이자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 1년은 '예금 없이 은행 없다'는 각오로 조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예금 유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권 최저 수준인 연 5.4% 안팎으로 낮아졌다. 기업은행은 올 1년간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잔액을 3조5000억원 늘릴 계획이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개인고객 기반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은 신규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력 증원이나 조직 신설 등을 기관장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점포를 신설하거나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기가 전보다 쉬워진 것이다.
타 은행 대비 부족한 영업망은 할인점 편의점 등 유통업체와 제휴한 '인스토어브랜치(In-Store Branch)'를 늘리고 아이폰뱅킹 등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신개념의 서비스를 확대해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개인금융을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에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경기 회복이 좀더 진행되기 전까지는 만기연장 특례제도 등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신규 기준 29조원,순증액 기준 8조원으로 잡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중소기업 지원이 양적 지원을 통해 기업의 도산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면 올해부터는 설비 투자 등 실수요 위주의 질적 지원을 통해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지거나 출구전략 등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될 경우에는 즉시 양적 지원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지주사 전환과 퇴직연금 전문 보험사 설립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약한 것(개인금융)은 보완하고 강한 것(중소기업 금융)은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