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여야 중진들이 저마다 포부와 각오를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6선의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답게 정치권의 화합을 주문하며 '태화흥국'(泰華興國 · 크게 화합해 나라를 흥하게 만들자)을 내세웠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청정무애'(淸淨無碍 · 흠이 없어야 당당하게 나설 수 있다)'를 통해 깨끗하고 당당한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할 일을 잘 찾아서 국민이 승리하는 해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호시우행'(虎視牛行 ·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현실을 꿰뚫어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행동하라)을 강조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분수를 지켜 만족함을 알면 모욕당할 일이 없다'는 뜻의 '지족불욕'(知足不辱)을 신년 사자성어로 제시했다. 친이계 좌장격이면서도 공공기관 감찰을 위해 중도를 지켜야 하는 의지표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는 '인고(忍苦 · 괴로움을 참음)'를 내세웠던 친박계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올해는 '거침없이 나아간다'는 뜻의 '매진(邁進)'을 의원실에 걸었다.

적극적으로 저변을 넓히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6선인 친박계 홍사덕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답게 '문화강국'(文化强國)을 주창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를 강조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이 사자성어는 지지율에서 앞선 오세훈 시장을 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기호지세'(騎虎之勢 · 호랑이를 말 타듯이 타고 몰아가는 기세로 융성하게 나가자)를 내놓았다. 세종시 문제로 분열된 국론과 국민갈등을 다시 봉합하고 새로운 국민 화합을 위한 한 해가 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내내 춘천에 칩거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손학규 민주당 고문은 '국민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는 뜻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을 강조해 올해는 현실정치로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지방선거 전에 민주당으로 복당할 예정인 정동영 무소속 의원은 '절전지훈'(折箭之訓 · 가는 화살도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 힘들다)을 내세웠다. 지난해 당내 통합이나 야권 연합 등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민주당에 복당해 자신을 중심으로 민주개혁세력의 힘을 모아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민지혜/구동회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