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찰청 검시관 논문.."가정에서 환자 돌보니 피해사례 늘어"

"부모살해범의 45.8%는 정신분열증 환자"
최근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공무원 부부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큰아들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의 한 경찰관이 존속살인의 동기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 눈길을 끌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정성국(38) 검시관은 지난 11월 한국법과학회지에 발표한 `존속살해와 정신분열의 연관성 분석' 논문을 통해 존속살인의 45.83%는 정신분열증 병력이 있는 자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검시관은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간 발생한 살인사건 1천734건 가운데 부모나 양부모, 배우자의 부모를 살해한 존속살인은 72건으로 전체 살인사건의 4.1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존속살인 동기로는 피의자의 정신분열이 31건(43.05%)으로 가장 많았고 부모의 장애 또는 자녀의 사업실패 등이 정신분열증과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까지 더하면 33건으로 45.83%를 기록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병이 만성화되면서 가족관계가 악화되고 심신이 약해져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모를 죽이라는 지시가 들리거나 부모가 괴물 등으로 보이는 망상증세를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는 부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한 경우(14건)와 상습폭행(5건) 및 가정불화(5건), 사업실패(4건) 등이 주된 동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존속살해범의 연령대는 30대가 가장 많았고 아들의 범행이 65건(90.27%)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피살자는 60대 이상 노부모가 75%였고 어머니 살해(50건)가 아버지 살해(22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정 검시관은 이에 대해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상대적으로 약할 뿐 아니라 피의자인 자녀들에 대한 양육의 책임이 더 크고 이들과 보낸 시간이 많아 망상이나 분노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또 "평소 부모를 상습 폭행하거나 범행과정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 존속살인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존속살인의 비율이 프랑스(2.8%), 미국(2%), 영국(1%) 등 외국보다 높고 정신분열증 피의자가 많은 것은, 특유의 끈끈한 가족관계가 왜곡돼 환자들의 적개심과 공격성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외국에 비해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가정에서 보살피는 사례가 많아 접촉이 잦고 비전문가인 부모와 환자의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것도 한 요인"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춘천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euge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