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메시지다"는 말로 잘 알려진 미디어 결정론자 마샬 맥루한은 세상의 모든 기술이 새로운 인간 환경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으로 이해했다. 저서 《미디어의 이해,인간의 확장》에서 그는 다양한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옷에 대해서는 "우리의 체온과 에너지를 축적하고 조정하기 위한 인간 피부의 확장"이라고 했다. 집에 대해서는 "가족 혹은 집단을 위해 같은 목적을 공동으로 실현하는 수단"이라며 "몸을 두는 장소로서 우리 육체의 체온조절 기구의 확장,즉 집합체로서 피부 혹은 의복"이라고 정의했다.

광고 한 편을 비평하기 위해 맥루한까지 들고 나온 것은 다소 거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의 휴그린 '오늘의 인테리어는 건강' 편을 보면서 인간의 확장을 떠올리는 것은 광고와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로서 자연스럽다.

그런 맥락에서 휴그린의 슬로건 '휴머니즘 인테리어'는 적절한 이론적 배경을 가졌다. 성우의 멘트와 자막으로 제시한 카피 역시 슬로건이자 컨셉트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늘의 인테리어는 건강이다"와 "휴그린에서","휴~","휴머니즘 인테리어"는 운율을 반복해 수사적인 장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이런 두운(alliteration)을 활용한 음운론은 소비자 정보처리 단계에서 주의를 집중하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델 고현정의 아이캐칭(eye catching) 효과를 간과하기는 어렵다. 빅 모델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있으나 단기간 캠페인에서 전략에 의해 선택할 경우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휴그린 모델 고현정의 경우 최근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탁월한 연기자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사극에서의 이미지와 휴그린 광고에서 현대적인 여성으로서의 등장이 잘 어우러지는지는 추가로 분석이 필요하다. 모델의 공신력을 구성하는 매력성,신뢰성,전문성,카리스마,리더십 등의 요인 중에서 모델에게 매력성과 카리스마 측면에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30~40대 주부들이 인테리어 브랜드 결정과 구매의 핵심이라면,광고에서도 역시 이들을 상대로 스타일이 아닌 건강을 선택하도록 강력하게 제안할 모델이 필요할 것이다.

다시 맥루한으로 돌아가면,그는 이렇게 말한다. "유리창이 사치품으로 알려지던 시대는 그리 먼 옛날이 아니다. 광선이 조명되고,가사는 규칙적으로 이뤄지게 되었다. 추위나 비에 관계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그 역시 인테리어가 사치품이던 시대에서 일상의 일부가 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옷에 닿는 피부처럼,생활에 닿는 인테리어와 집이 건강해야 한다는 컨셉트를 내세우는 휴그린이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맥루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희복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