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생명보험계약을 다른 사람에게 팔고 대신 해약환급금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명보험 전매제도 도입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박선숙 의원 등이 생명보험 전매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및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 보험업계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전매 동의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체결된 지 5년 이내 보험계약은 전매를 금지하고 △금융위원회가 산정한 최저 전매가격 이하로는 전매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종신보험 환급률은 가입기간 4년 이상 5년 미만인 경우 평균 45.4%,가입기간 10년 이상 15년 미만인 경우에도 평균 61.2%에 불과하다"며 "전매제도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보험계약자의 효용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생보사는 사실상 사망보험금 매매사업인 전매제도가 도입될 경우 보험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고 보험계약 유동화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함께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전매가격은 매도자의 기대여명과 건강상태 등에 대한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표준화할 수 있는 기준을 상정할 수 없다"며 "금융위가 최저 매입가격을 산정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자연해약률을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하고 있는데 전매를 통해 해약이 줄어들 경우 보험사의 손익이 악화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전매제도의 입법화가 이뤄지더라도 일본처럼 보험사가 보험금 수령인을 보험 매입회사로 하는 명의변경을 하지 않을 경우 결국 법원에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4년 생보사가 생명보험의 매매에 대한 동의를 거부,소송으로 진행됐으며 보험사가 승소하면서 전매제도 자체가 금지됐다. 전매제도가 보험가입자의 기대수명에 따라 수익구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전매제도 도입에 따른 범죄 발생 가능성과 리스크 관리 방안 등 보완책을 우선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김해식 연구원은 "보험 가입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측면도 있지만 이미 선지급 특약 등 대체상품이 나와 있고,건강정보의 악용 가능성도 있어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보험 전매제도=사업자가 생명보험 가입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계약을 넘겨받아 보험금 납입을 완료한 뒤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 가입자가 퇴직 등으로 보험금 납입이 어렵거나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 손해를 감수하면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전매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