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 기아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을 비롯 주요 그룹들이 예년보다 보름에서 한 달가량 앞당겨 경영진 재편을 마무리했다. 연내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이들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새해 사업에 바로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연말까지 사업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던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기획 · 글로벌 · 영업통 전진 배치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말 정기 인사에서 승진한 부사장급 이상 119명을 분석한 결과,주요 대기업들은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공격경영을 위한 인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분야별로는 인문사회계열이 66%(78명)로 이공계열(34% · 39명)보다 2배가량 많았다.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조석제 LG화학 사장 등 경영학과 출신이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공계에서는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과 서진우 SK텔레콤 사장,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 등 전기전자공학과 출신이 13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 출신이 31.9%(38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양대(9.2% · 11명) 고려대(8.4% · 10명) 연세대(8.4% · 10명) 등의 순이었다. 고교는 경복고 서울고 부산고 출신이 8명씩으로 전체의 21.0%를 차지했다. 경기고 경북고도 각각 5%(6명)로 집계됐다.

◆신사업 · 신시장 발굴 중시

마케팅 · 영업 분야에서 성과를 낸 임원들의 약진도 올해 인사의 특징이다. 삼성전자 컴퓨터시스템 사업부를 총괄하는 남성우 전무,삼성중공업 해외영업을 담당해 온 이현용 조선해양영업 총괄 전무 등이 일제히 부사장으로 승진한 게 대표적인 예다.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계획 수립을 위해 '재무 및 전략통'을 중시했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기 침체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관심이 신사업과 신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트렌드도 이번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은 계열사 고참 최고경영자(CEO)인 김순택 삼성SDI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신사업 발굴 임무를 맡겼다. SK는 그룹 지주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영호 SK㈜ 사장을 내년 상반기 출범할 중국 통합법인인 SK차이나의 초대 대표로 겸직 발령했다.

◆오너 책임경영 강화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최고운영책임자(COO · Chief Operating Officer)라는 공식 직책을 부여했다. COO는 CEO,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다. 이 전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맏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 등도 각각 전무로 승진하며 경영보폭을 넓혔다.

신세계에서는 이명희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경영지원실 부회장이 총괄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른 정몽혁 전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사장도 새로 선임된 오너가문 출신 CEO로 주목을 모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승진한 오너 3세 대부분이 신사업 발굴 등 긴 안목이 필요한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임원 전진 배치

외국인 임원의 승진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도 올해 인사 트렌드 중 하나다. LG전자는 외국인 해외법인장의 숫자를 1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미국에 근무하며 최고유통채널책임자(CGTMO)를 맡았던 제임스 닐 셰드 부사장은 북미지역본부 미국법인장을,에릭 서데즈 유럽지역본부 프랑스법인 상무가 프랑스법인장을 각각 맡게 된 것이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에서도 프랑스법인에서 근무하는 필립 바틀레 부장 등 4명이 임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송형석/장창민 기자/김유대 인턴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