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 18]"베스트 펀드매니저 비결은 종목80% 거시경제20%"-김석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NHN의 모든 가능성을 반영해 최고 주가 전망치를 산정해 보게"
2002년 한 투자자문사 대표를 맡고 있던 김석규 GS자산운용 사장(49)은 상장을 앞둔 NHN의 분석리포트를 접하고, 연구원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김 사장은 1990년대 말 기술주 버블 당시 시장에서 기대했던 인터넷 산업의 경제적 호황이 실현되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돈을 내고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게 낯설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즐겨찾던 바둑 홈페이지가 유료화를 선언한 후 이용자들의 대다수가 주머니를 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직장을 다니던 아내는 인터넷쇼핑으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2002년 10월29일 상장한 NHN은 첫 날 공모가 2만2000원의 두 배인 4만40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했다. 그는 NHN의 주가전망에 대해 호언장담하며 물량을 담기 시작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NHN 보호예수 물량이 나오면서 조정받을 것을 우려, 좀 더 기다렸다가 사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당시 본인을 'NHN 전도사'라고 회고했을 만큼 주변에 추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확신을 갖고 김 사장은 당시 운용하던 국민연금 자금 운용 펀드에서 NHN의 비중을 10%대까지 끌어올렸다. 무리한 도전으로 비춰졌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후 NHN주가는 잠시 주춤하며 3만5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머지않아 다시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03년 7월에는 장중 21만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NHN을 포함한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 운용에서 손을 뗐습니다. 그러나 이후 해당 펀드는 10만원대에서 NHN 보유 물량을 처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덕분에 당시 국민연금 자금 운용 펀드 중 최고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죠"
◆ GS자산운용…"GS그룹 씽크탱크로"
김 사장은 1988년 한국투자신탁을 통해 증권투신업계에 발을 들였다. 첫 시작은 조사부였고, 생각지 못했던 회사 발령으로 인해 1992년부터 펀드매니저를 맡게 됐다.
펀드매니저를 시작한지 한해만에 한국투신운용 최우수 펀드매니저로 선정됐고, 그 이후로도 같은 영예를 두 번이나 안으며 대표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운용을 맡았던 외국인전용 수익증권인 SIT(Seoul International Trust)펀드는 1999년 미국 펀드평가회사인 리퍼사로부터 최우수 펀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B&F투자자문과 교보투신운용 사장을 거쳐 현재는 지난해 7월 신설된 GS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트랙레코드(과거 운용성과 기록)·인지도 부족 등 신생사의 어려움이 있지만 '안정적인 장기투자'의 투자철학 구현, GS그룹의 지원 등으로 이겨나가겠다는 포부다.
이 같은 자신은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GS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GS 골드 스코프 증권투자신탁 1호'는 올해 들어 수익률 52%를 기록, 코스피 지수 수익률(47%)을 넘어서는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또한 수탁고 증가 등에 힘입어 새 사업연도에는 GS자산운용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사장은 예상했다.
"지난 3월 2000억원에 불과했던 수탁고가 예상보다 빨리 늘면서 현재 1조2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당초 설정한 내년 3월 말 목표치 1조500억원을 웃도는 수치로, 다음 사업연도에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전망입니다."
앞으로는 건설과 에너지 분야 등 GS그룹의 해외 프로젝트 등과 연계한 AI(대안투자) 펀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GS그룹의 씽크탱크(think-tank) 역할을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현재는 주식·채권형 펀드만 운용할 수 있는 단종 자산운용사로 라이선스를 받아 전통 증권형 상품에 주력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종합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후 AI 부문을 확대, GS그룹의 프로젝트와 연계한 상품을 본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GS자산운용이 GS그룹의 금융 부문 솔루션을 제공하고 앞으로 그룹의 씽크탱크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장기 관점에서 상향식 80%+하향식 20% 전략"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보자'가 제 투자철학의 기본입니다"
투자철학에 대해 묻자 김 사장은 '장기투자'를 들었다. 김 사장의 장기 투자 포인트는 투자기간이 아닌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기업을 유기체로 봤을 때 장기적인 수익창출력을 파악,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기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면 현재 경기 상황 등의 논리에 급급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게 중요하지만, 악재 등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졌는데 그 하락 폭이 내재가치보다 지나치게 클 경우도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죠.
기업 자산의 어닝 창출 능력이 어느정도인지에 초점을 맞추면 기업의 영속성에 보다 주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큰 버블 혹은 혼란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있는 힘이 생깁니다."
김 사장은 과거 펀드 운용 시 상향식(bottom up) 분석에 80, 하향식(top down) 분석에 20 수준의 가중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의 변화가 정부기관의 조사를 거쳐 경제지표로 발표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기 변화 등 타이밍 포착의 경우 상향식 분석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주 백화점의 매출 변화는 소매매출 집계보다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생활 속에서 투자 모티브를 찾으라고 조언한 것도 일부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미국 대형 투자회사인 캐피털 그룹의 '마이크로를 통해 매크로를 파악한다'는 논리에 동의, 상향식 분석에 보다 가중치를 둡니다."
또한 그는 거시경제 지표들이 투자 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만일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거시지표, 혹은 지표들의 조합이 있었다면 주식투자자들이 항상 성공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증시의 선행성, 세상의 복잡성으로 인해 결국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어 김 사장은 "거시지표가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은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지표를 통해 초기 경기 흐름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고, 시장의 구조적인 흐름의 내용과 의미 등에 대해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좋은 종목을 찾기 위한 비결 중 하나로 김 사장은 '정성스런 탐방'을 꼽았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탐방 시 회사 임원 등과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적어도 회사의 과거 10년간 사업보고서·재무제표를 파악해 놓은 상태에서 탐방을 진행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실적 흐름상 비정상적인 부분을 지적, 담당자에게 원인을 물어봐 앞으로 전망 및 전략에 반영해야 합니다. 저는 항상 탐방 소요 시간의 10배 정도의 준비시간을 가졌습니다"
◆ "내년 증시 전망 긍정적…中 내수 수혜주 관심"
증권업계에서의 20여년간 기술주 버블, IMF 등 풍파를 겪은 김 사장이 관측하는 내년 한국 증시 전망은 어떨까.
김 사장은 수급 요인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 등을 들어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과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순매도했다는 점에 비춰 외국인들이 아직 더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들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신흥 시장 주식을 사들이는 가운데서도 한국 주식은 내다팔았고, 지난해의 경우 신흥 시장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이 과매도된 상태입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을 과매수한 상태로 이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해 72조914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는 31조607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 사장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중국의 덕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에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사업 연관성이 높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중국이 패권을 차지했을 때 수혜를 입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 관련주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 성장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중국 수혜주들이 인프라 투자 관련 종목들을 중심으로 몇년간 상승했지만 이제는 중국 소비와 관련된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업종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다만 수혜 업종에 대해 단편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탐구를 통해 중국 소비시장 확대 수혜주를 찾아내야 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너무 조급한 시각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내년의 경우 올해와 같이 큰 수익을 얻는 기회가 오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만일 목표 투자기간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적립식 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2002년 한 투자자문사 대표를 맡고 있던 김석규 GS자산운용 사장(49)은 상장을 앞둔 NHN의 분석리포트를 접하고, 연구원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김 사장은 1990년대 말 기술주 버블 당시 시장에서 기대했던 인터넷 산업의 경제적 호황이 실현되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돈을 내고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게 낯설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즐겨찾던 바둑 홈페이지가 유료화를 선언한 후 이용자들의 대다수가 주머니를 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직장을 다니던 아내는 인터넷쇼핑으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2002년 10월29일 상장한 NHN은 첫 날 공모가 2만2000원의 두 배인 4만40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했다. 그는 NHN의 주가전망에 대해 호언장담하며 물량을 담기 시작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NHN 보호예수 물량이 나오면서 조정받을 것을 우려, 좀 더 기다렸다가 사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당시 본인을 'NHN 전도사'라고 회고했을 만큼 주변에 추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확신을 갖고 김 사장은 당시 운용하던 국민연금 자금 운용 펀드에서 NHN의 비중을 10%대까지 끌어올렸다. 무리한 도전으로 비춰졌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후 NHN주가는 잠시 주춤하며 3만5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머지않아 다시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03년 7월에는 장중 21만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NHN을 포함한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 운용에서 손을 뗐습니다. 그러나 이후 해당 펀드는 10만원대에서 NHN 보유 물량을 처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덕분에 당시 국민연금 자금 운용 펀드 중 최고의 수익률을 낼 수 있었죠"
◆ GS자산운용…"GS그룹 씽크탱크로"
김 사장은 1988년 한국투자신탁을 통해 증권투신업계에 발을 들였다. 첫 시작은 조사부였고, 생각지 못했던 회사 발령으로 인해 1992년부터 펀드매니저를 맡게 됐다.
펀드매니저를 시작한지 한해만에 한국투신운용 최우수 펀드매니저로 선정됐고, 그 이후로도 같은 영예를 두 번이나 안으며 대표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운용을 맡았던 외국인전용 수익증권인 SIT(Seoul International Trust)펀드는 1999년 미국 펀드평가회사인 리퍼사로부터 최우수 펀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B&F투자자문과 교보투신운용 사장을 거쳐 현재는 지난해 7월 신설된 GS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트랙레코드(과거 운용성과 기록)·인지도 부족 등 신생사의 어려움이 있지만 '안정적인 장기투자'의 투자철학 구현, GS그룹의 지원 등으로 이겨나가겠다는 포부다.
이 같은 자신은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GS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GS 골드 스코프 증권투자신탁 1호'는 올해 들어 수익률 52%를 기록, 코스피 지수 수익률(47%)을 넘어서는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또한 수탁고 증가 등에 힘입어 새 사업연도에는 GS자산운용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사장은 예상했다.
"지난 3월 2000억원에 불과했던 수탁고가 예상보다 빨리 늘면서 현재 1조2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당초 설정한 내년 3월 말 목표치 1조500억원을 웃도는 수치로, 다음 사업연도에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전망입니다."
앞으로는 건설과 에너지 분야 등 GS그룹의 해외 프로젝트 등과 연계한 AI(대안투자) 펀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GS그룹의 씽크탱크(think-tank) 역할을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현재는 주식·채권형 펀드만 운용할 수 있는 단종 자산운용사로 라이선스를 받아 전통 증권형 상품에 주력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종합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후 AI 부문을 확대, GS그룹의 프로젝트와 연계한 상품을 본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GS자산운용이 GS그룹의 금융 부문 솔루션을 제공하고 앞으로 그룹의 씽크탱크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장기 관점에서 상향식 80%+하향식 20% 전략"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보자'가 제 투자철학의 기본입니다"
투자철학에 대해 묻자 김 사장은 '장기투자'를 들었다. 김 사장의 장기 투자 포인트는 투자기간이 아닌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기업을 유기체로 봤을 때 장기적인 수익창출력을 파악,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기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면 현재 경기 상황 등의 논리에 급급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게 중요하지만, 악재 등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졌는데 그 하락 폭이 내재가치보다 지나치게 클 경우도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죠.
기업 자산의 어닝 창출 능력이 어느정도인지에 초점을 맞추면 기업의 영속성에 보다 주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큰 버블 혹은 혼란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있는 힘이 생깁니다."
김 사장은 과거 펀드 운용 시 상향식(bottom up) 분석에 80, 하향식(top down) 분석에 20 수준의 가중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의 변화가 정부기관의 조사를 거쳐 경제지표로 발표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기 변화 등 타이밍 포착의 경우 상향식 분석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주 백화점의 매출 변화는 소매매출 집계보다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생활 속에서 투자 모티브를 찾으라고 조언한 것도 일부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미국 대형 투자회사인 캐피털 그룹의 '마이크로를 통해 매크로를 파악한다'는 논리에 동의, 상향식 분석에 보다 가중치를 둡니다."
또한 그는 거시경제 지표들이 투자 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만일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거시지표, 혹은 지표들의 조합이 있었다면 주식투자자들이 항상 성공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증시의 선행성, 세상의 복잡성으로 인해 결국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어 김 사장은 "거시지표가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은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지표를 통해 초기 경기 흐름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고, 시장의 구조적인 흐름의 내용과 의미 등에 대해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좋은 종목을 찾기 위한 비결 중 하나로 김 사장은 '정성스런 탐방'을 꼽았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탐방 시 회사 임원 등과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적어도 회사의 과거 10년간 사업보고서·재무제표를 파악해 놓은 상태에서 탐방을 진행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실적 흐름상 비정상적인 부분을 지적, 담당자에게 원인을 물어봐 앞으로 전망 및 전략에 반영해야 합니다. 저는 항상 탐방 소요 시간의 10배 정도의 준비시간을 가졌습니다"
◆ "내년 증시 전망 긍정적…中 내수 수혜주 관심"
증권업계에서의 20여년간 기술주 버블, IMF 등 풍파를 겪은 김 사장이 관측하는 내년 한국 증시 전망은 어떨까.
김 사장은 수급 요인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 등을 들어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과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순매도했다는 점에 비춰 외국인들이 아직 더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들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신흥 시장 주식을 사들이는 가운데서도 한국 주식은 내다팔았고, 지난해의 경우 신흥 시장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이 과매도된 상태입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을 과매수한 상태로 이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해 72조914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는 31조607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 사장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중국의 덕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에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사업 연관성이 높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중국이 패권을 차지했을 때 수혜를 입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 관련주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 성장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중국 수혜주들이 인프라 투자 관련 종목들을 중심으로 몇년간 상승했지만 이제는 중국 소비와 관련된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업종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다만 수혜 업종에 대해 단편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탐구를 통해 중국 소비시장 확대 수혜주를 찾아내야 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너무 조급한 시각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내년의 경우 올해와 같이 큰 수익을 얻는 기회가 오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만일 목표 투자기간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적립식 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