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시행에 따라 은행들이 영업점 성과지표(KPI)에 펀드 관련 부분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체 적립식 펀드 판매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이 펀드 영업을 강화할 경우 지난 6월 이후 감소 추세에 있는 적립식펀드의 자금 흐름에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년 펀드의 장기투자 및 적립식 위주 영업을 전개하기 위해 KPI 배점 방식을 변경했다. 올해는 펀드고객 수만으로 산정했지만 내년에는 납입기간 및 자동이체 여부 등을 추가,환산한 점수를 반영할 예정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를 중도 해지한 고객의 경우 꾸준히 납입한 고객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온 만큼 장기 투자를 유도해 고객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농협도 지난해 펀드판매 부문을 KPI에서 아예 제외했으나 내년에는 적립식펀드에 한해 일정 부분 평가항목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펀드부문을 별도의 항목으로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은행은 비이자수익(펀드 · 방카슈랑스 · 신탁 · 외환 등)에 포함하고 하나은행도 총수신(예금 · 적금 · 펀드 등)의 하나로 반영할 예정이다.

다만 은행권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당국의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펀드 판매의 배점을 크게 늘리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도한 목표 설정은 지양하는 대신 사후관리 강화와 고객 중심의 펀드 영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운용업계에서는 은행권의 달라진 펀드 영업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의 작년 말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57조원으로 전체의 74.83%에 달했으나 지난 10월에는 53조원으로 4조원가량 줄며 비중도 73.41%로 떨어졌다.

대형 자산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내년에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는 상황에서 은행들도 고객 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올해 펀드 판매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은행의 전략이 바뀔 경우 적립식펀드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