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한진해운, 독자경영으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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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회장 分家 추진에 제동
한진그룹에서 한진해운 분리 방안을 놓고 한진가(家) 내부로부터 엇박자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계열분리에 대한 속내를 밝히자마자,조양호 한진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은영 회장 '분가(分家)' 잰걸음
한진은 창업자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2002년 타계한 뒤 분가(分家)가 진행됐다. 4남인 조정호 회장이 2005년 메리츠금융그룹을 기반으로 계열분리를 한 데 이어,같은 해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이 독립했다.
하지만 한진해운만은 예외였다. 3남인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한 이후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지만,계열분리를 하지 않고 한진그룹 내에 잔류해왔다. 최 회장은 두 딸과 함께 상속받은 한진해운 지분 5.5%와 양현재단(3.71%) 등의 우호지분을 합쳐 9.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은 없지만 12.20%의 자사주도 있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5.53%)과 한국공항(3.54%) 등을 통해 한진해운 지분 9.08%를 확보한 상태다. 시장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제기해 온 이유다.
최 회장은 최근 이 같은 상황에서 독자경영을 넘어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최근 의결권이 없는 한진해운의 자사주 320만주(3.62%)를 우호세력에 매각,간접적인 우호지분을 늘리기도 했다.
최 회장 측은 지난 10일 한진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비상장사인 정석기업의 지분 0.37%를 전량 매각하는 등 분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선 최 회장이 한진과의 분리를 위해 보유중인 다른 계열사 지분도 잇달아 정리하는 수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큰 틀에서 계열분리 동의" vs "안된다"
한진해운의 독자경영에 대한 조 회장과 최 회장 사이의 합의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달 초 "조 회장이 한진해운은 조수호 전 회장 가족의 회사임을 인정하고 있고,독자경영에도 동의한다"며 "지금까지 독자경영을 해왔고 거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회장과는 수시로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주고받거나 어머님 집 등에서 만나 얘기를 하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문제는 계열분리다. 최 회장은 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항공과 해운을 같이 하는 곳은 없다"며 "계열분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내내 '한진해운그룹'이라는 표현을 통해 분가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한진해운은 굳이 계열분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분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조 회장은 이와 관련,"(최 회장의) 아랫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다"며 한진해운 전문경영인들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한진가(家) 관계자는 "고 조수호 회장 별세 이후 기존 경영진들에 의해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아 한진해운이 현재 대규모 적자를 보고 구조조정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라며 "이 같은 이유로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계열분리 과정에서 논란이 확산되거나 적어도 분리 시기가 더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 지분을 정리하지 않는 한 물리적으로 계열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분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논란과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장창민/박민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