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⑰] "편견버리고 중국B시장 주목하라"-클로드 티라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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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가 '죽(竹)의 장막'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993년 어느날.
당시 BNP파리바의 아시아 펀드매니저로 근무했던 클로드 티라마니(46·사진)는 시장조사 차원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외국인 전용 증시인 중국 B시장이 열린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때다.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생긴 게 1990년이었으니 중국의 주식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중국 경제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당시 티라마니는 1993년 중국 상하이 출장을 통해 중국경제의 성장가능성을 느꼈다. 그동안 중국경제에 대한 인식이 편견이었음을 절감하기도 했다.
그가 중국경제 발전의 실마리를 찾은 곳은 상하이에 있는 대중택시(Dazhong Taxi)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차를 구하기 힘들다"며 "덕분에 4년된 중고차를 새차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해 그를 놀라게 했다.
"중국 경제는 이제 시작이다. 언젠가 반드시 세계 중심에 설 것이다!"
티라마니는 중국의 몇몇 도시들을 둘러본 후 중국이 엄청난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BNP파리바의 본사 경영진들에게 어떻게 확신을 심어주느냐였다. 중국에서 돌아온 뒤 투자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중국에 투자하겠다는 자금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영진이 중국 투자에 대한 요청을 검토하는 사이 티라마니는 미국의 한 제조회사를 방문하고는 뜻밖의 기회를 얻었다.
이미 그 제조업체는 중국에 가동중인 현지 공장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투자에 확신이 있었다. 업체는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는 티라마니가 운용할 중국투자 펀드에 흔쾌히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금이 모이자 BNP파리바는 1995년 드디어 최초의 중국투자펀드인 '파베스트 차이나'를 설정 운용했다.
이것이 현재 BNP파리바에서 파베스트차이나 펀드와 봉쥬르차이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클로드 티라마니와 중국이 긴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지금까지 14년동안 계속된 인연이다.
◆ '봉쥬르 차이나 펀드'로 국내에 중국 펀드 알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외국인으로서 중국 B시장에 처음으로 투자한 티라마니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티라마니는 파리 본사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지원과 기업탐방으로 각국을 돌아다니며 틈틈히 현장에서 블랙베리로 기자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티라마니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봉쥬르 차이나' 펀드를 통해 한국에 중국 펀드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운용하는 봉쥬르 차이나 펀드는 2004년 설정된 국내 최초의 중국투자 펀드다.
봉쥬르 차이나는 티라마니가 1995년부터 운용중인 BNP파리바의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를 그대로 본따서 만든 미러펀드(복제펀드)다.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 국내 신한금융그룹이 합작설립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국내에 선보였다.
지금도 봉쥬르 차이나는 티라마니가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와 같은 매매방식으로 직접 운용하고 있다. 티라마니는 2004년 봉쥬르 차이나 펀드를 선보이면서 국내시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티라마니가 아시아 각국에서 운용중인 펀드들의 총 수탁고는 약 80억달러(9조2000억여원)에 달한다.
이 중 그가 운용하는 중국 펀드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BNP파리바의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동안 447.29%라는 기록적인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이같은 성과로 티라마니는 우수 해외 뮤추얼펀드에게 주어지는 '골든 로렐' 상을 200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이런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의 미러 펀드인 봉쥬르 차이나 펀드가 2004년 설정됐을 때만 해도 국내시장에서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펀드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안녕'을 뜻하는 '봉쥬르'라고 지은 것도 중국 증시를 한국에 최초로 소개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중국 증시가 한국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첫 인사였던 셈이다.
그러던 봉쥬르 차이나 펀드가 지금은 수탁고가 5조8000억원(2009년 말 기준)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해외 펀드로 떠올랐다.
펀드가 명성을 얻은 것은 중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06년부터다. 2006년은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1090선에서 2060선까지 두배 가까이 급등한 해. 봉쥬르 차이나 펀드도 2006년 한해 동안 63.9%의 수익률을 올리며 국내 펀드 중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펀드 붐이 일어난 것도 그 때다. 2005년 말 4000억원에 불과하던 봉쥬르 차이나 펀드의 수탁고는 2006년 말 1조2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2006년에는 펀드의 놀라운 성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말 그대로 돈이 물 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펀드의 수탁고도 2007년 말에는 5조80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7년은 중국 증시 투자자들에게는 최고의 해라고 볼 수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파죽지세로 치솟으며 이 해 10월 역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다.
그는 2007년과 같은 상승장에서의 투자 비법으로 '승자와 함께 하는 것'을 꼽았다.
티라마니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강세장은 특정 투자 테마에 의해 상승하게 된다"며 "이런 경향은 사이클이 바뀔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이들 테마를 따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승장에서 뒤쳐졌던 소외 종목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종목의 싼 가격에 현혹돼 가치를 잘못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주가가 싸지만 오르지 않는 종목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밸류 트랩을 피하기 위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티라마니가 운용하는 중국 펀드는 세계적으로 봐도 수탁고 규모가 매우 큰 '공룡 펀드'에 속한다. 따라서 규모가 작은 펀드들과는 차별화된 운용전략이 필요하다.
그는 "운용 규모에 맞게 과다한 리스크를 지면서 운용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약세장에서는 펀드의 성격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종목 위주로 바꾸고, 블루칩에 집중해 투자자금의 유동성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중국 B시장 투자가 최고의 투자 경험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3분의 1토막이 났던 중국 증시는 올해 서서히 회복중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2000선 미만까지 떨어졌다가 올해에는 3300선까지 탈환했다.
티라마니는 "기업실적의 성장에 따라 중국 주식시장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내국인 중심의 A시장보다는 외국인 중심의 B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B시장에 상장된 업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이 A시장이 아닌 B시장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습니다. 저는 B시장의 자기주식에 투자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중국 A시장과 B시장의 통합이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지리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는 과거에도 A시장과 B시장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큰 수익을 낸 적이 있다. 14년 간의 중국 증시 투자 중 최고의 성과로 꼽는 투자 경험이다.
"상하이와 선전의 B시장에 2년에 걸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었을 때, 중국 정부가 시장규제를 완화하고 중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시 B시장 지수가 내국인 전용인 A시장 지수에 비해 90% 가까이 할인돼 있었기 때문에 이 뉴스가 발표되자 B시장 지수의 주가가 치솟았고 이에 따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죠."
티라마니는 이 같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하이를 국제금융시장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방편으로 A시장과 B시장 사이의 가격 차이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 "편견 극복해야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손 꼽히는 중국 펀드의 매니저로서 명성을 쌓고 있지만 클로드 티라마니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펀드매니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우연한 기회였어요. 원래는 철도운용이나 운송업체 등 산업분야의 업체에 지원을 했었지요. 그러다 우연히 1982년에 은행권 면접을 보고 취직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요. 1990년에 작은 규모의 아시아 펀드를 운용하기 전까지 저는 은행에서 많은 업무들을 경험하며 기초 소양을 키워 왔습니다."
티라마니는 1987년 BNP에서 신용평가관으로 근무하다 1990년부터 아시아 지역의 펀드를 운용하는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나 선진시장에서 펀드매니저가 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받은 교육이나 환경으로 인해서 생겼을지도 모르는 편견을 잊어버리라"고 조언했다.
국가적인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적인 시장에서 전문성을 지니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이다.
티라마니 매니저는 "펀드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사고의 편견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만약 내 생각이 틀렸다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보라"고 말했다.
또 "펀드매니저를 직업으로 삼으면 언제나 압박감과 마주하게 된다"며 "압박감을 이겨내는 데에는 스포츠 같은 취미들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모든 성공스토리의 기본"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당시 BNP파리바의 아시아 펀드매니저로 근무했던 클로드 티라마니(46·사진)는 시장조사 차원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외국인 전용 증시인 중국 B시장이 열린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때다.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생긴 게 1990년이었으니 중국의 주식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중국 경제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당시 티라마니는 1993년 중국 상하이 출장을 통해 중국경제의 성장가능성을 느꼈다. 그동안 중국경제에 대한 인식이 편견이었음을 절감하기도 했다.
그가 중국경제 발전의 실마리를 찾은 곳은 상하이에 있는 대중택시(Dazhong Taxi)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차를 구하기 힘들다"며 "덕분에 4년된 중고차를 새차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해 그를 놀라게 했다.
"중국 경제는 이제 시작이다. 언젠가 반드시 세계 중심에 설 것이다!"
티라마니는 중국의 몇몇 도시들을 둘러본 후 중국이 엄청난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BNP파리바의 본사 경영진들에게 어떻게 확신을 심어주느냐였다. 중국에서 돌아온 뒤 투자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중국에 투자하겠다는 자금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영진이 중국 투자에 대한 요청을 검토하는 사이 티라마니는 미국의 한 제조회사를 방문하고는 뜻밖의 기회를 얻었다.
이미 그 제조업체는 중국에 가동중인 현지 공장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투자에 확신이 있었다. 업체는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는 티라마니가 운용할 중국투자 펀드에 흔쾌히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금이 모이자 BNP파리바는 1995년 드디어 최초의 중국투자펀드인 '파베스트 차이나'를 설정 운용했다.
이것이 현재 BNP파리바에서 파베스트차이나 펀드와 봉쥬르차이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클로드 티라마니와 중국이 긴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지금까지 14년동안 계속된 인연이다.
◆ '봉쥬르 차이나 펀드'로 국내에 중국 펀드 알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외국인으로서 중국 B시장에 처음으로 투자한 티라마니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티라마니는 파리 본사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지원과 기업탐방으로 각국을 돌아다니며 틈틈히 현장에서 블랙베리로 기자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티라마니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봉쥬르 차이나' 펀드를 통해 한국에 중국 펀드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운용하는 봉쥬르 차이나 펀드는 2004년 설정된 국내 최초의 중국투자 펀드다.
봉쥬르 차이나는 티라마니가 1995년부터 운용중인 BNP파리바의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를 그대로 본따서 만든 미러펀드(복제펀드)다.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 국내 신한금융그룹이 합작설립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국내에 선보였다.
지금도 봉쥬르 차이나는 티라마니가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와 같은 매매방식으로 직접 운용하고 있다. 티라마니는 2004년 봉쥬르 차이나 펀드를 선보이면서 국내시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티라마니가 아시아 각국에서 운용중인 펀드들의 총 수탁고는 약 80억달러(9조2000억여원)에 달한다.
이 중 그가 운용하는 중국 펀드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BNP파리바의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동안 447.29%라는 기록적인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이같은 성과로 티라마니는 우수 해외 뮤추얼펀드에게 주어지는 '골든 로렐' 상을 200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이런 파베스트 차이나 펀드의 미러 펀드인 봉쥬르 차이나 펀드가 2004년 설정됐을 때만 해도 국내시장에서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펀드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안녕'을 뜻하는 '봉쥬르'라고 지은 것도 중국 증시를 한국에 최초로 소개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중국 증시가 한국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첫 인사였던 셈이다.
그러던 봉쥬르 차이나 펀드가 지금은 수탁고가 5조8000억원(2009년 말 기준)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해외 펀드로 떠올랐다.
펀드가 명성을 얻은 것은 중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06년부터다. 2006년은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1090선에서 2060선까지 두배 가까이 급등한 해. 봉쥬르 차이나 펀드도 2006년 한해 동안 63.9%의 수익률을 올리며 국내 펀드 중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펀드 붐이 일어난 것도 그 때다. 2005년 말 4000억원에 불과하던 봉쥬르 차이나 펀드의 수탁고는 2006년 말 1조2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2006년에는 펀드의 놀라운 성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말 그대로 돈이 물 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펀드의 수탁고도 2007년 말에는 5조80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7년은 중국 증시 투자자들에게는 최고의 해라고 볼 수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파죽지세로 치솟으며 이 해 10월 역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다.
그는 2007년과 같은 상승장에서의 투자 비법으로 '승자와 함께 하는 것'을 꼽았다.
티라마니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강세장은 특정 투자 테마에 의해 상승하게 된다"며 "이런 경향은 사이클이 바뀔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이들 테마를 따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승장에서 뒤쳐졌던 소외 종목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종목의 싼 가격에 현혹돼 가치를 잘못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주가가 싸지만 오르지 않는 종목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밸류 트랩을 피하기 위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티라마니가 운용하는 중국 펀드는 세계적으로 봐도 수탁고 규모가 매우 큰 '공룡 펀드'에 속한다. 따라서 규모가 작은 펀드들과는 차별화된 운용전략이 필요하다.
그는 "운용 규모에 맞게 과다한 리스크를 지면서 운용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약세장에서는 펀드의 성격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종목 위주로 바꾸고, 블루칩에 집중해 투자자금의 유동성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중국 B시장 투자가 최고의 투자 경험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3분의 1토막이 났던 중국 증시는 올해 서서히 회복중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2000선 미만까지 떨어졌다가 올해에는 3300선까지 탈환했다.
티라마니는 "기업실적의 성장에 따라 중국 주식시장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내국인 중심의 A시장보다는 외국인 중심의 B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B시장에 상장된 업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이 A시장이 아닌 B시장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습니다. 저는 B시장의 자기주식에 투자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중국 A시장과 B시장의 통합이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지리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는 과거에도 A시장과 B시장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큰 수익을 낸 적이 있다. 14년 간의 중국 증시 투자 중 최고의 성과로 꼽는 투자 경험이다.
"상하이와 선전의 B시장에 2년에 걸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었을 때, 중국 정부가 시장규제를 완화하고 중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시 B시장 지수가 내국인 전용인 A시장 지수에 비해 90% 가까이 할인돼 있었기 때문에 이 뉴스가 발표되자 B시장 지수의 주가가 치솟았고 이에 따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죠."
티라마니는 이 같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하이를 국제금융시장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방편으로 A시장과 B시장 사이의 가격 차이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 "편견 극복해야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손 꼽히는 중국 펀드의 매니저로서 명성을 쌓고 있지만 클로드 티라마니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펀드매니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우연한 기회였어요. 원래는 철도운용이나 운송업체 등 산업분야의 업체에 지원을 했었지요. 그러다 우연히 1982년에 은행권 면접을 보고 취직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요. 1990년에 작은 규모의 아시아 펀드를 운용하기 전까지 저는 은행에서 많은 업무들을 경험하며 기초 소양을 키워 왔습니다."
티라마니는 1987년 BNP에서 신용평가관으로 근무하다 1990년부터 아시아 지역의 펀드를 운용하는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나 선진시장에서 펀드매니저가 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받은 교육이나 환경으로 인해서 생겼을지도 모르는 편견을 잊어버리라"고 조언했다.
국가적인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적인 시장에서 전문성을 지니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이다.
티라마니 매니저는 "펀드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사고의 편견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만약 내 생각이 틀렸다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보라"고 말했다.
또 "펀드매니저를 직업으로 삼으면 언제나 압박감과 마주하게 된다"며 "압박감을 이겨내는 데에는 스포츠 같은 취미들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모든 성공스토리의 기본"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