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되찾은 증시…'골든 크로스' 임박
지난 9월 말 이후 3개월 가까이 이어진 박스권 탈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스피지수의 골든크로스도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심리선으로 불리는 20일 이동평균선(이평선)이 수급선인 60일 이평선을 뚫고 올라가는 '중기 골든크로스'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여 연내 1700선 탈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대금이 5조원대를 회복한 데다 고객예탁금도 증가세로 돌아서며 증시 에너지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두바이 사태' 이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한 이후에도 뚜렷한 호재 없이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어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골든크로스' 기대감 솔솔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32포인트(1.97%) 오른 1656.90으로 거래를 마쳐 10월26일(1657.11) 이후 50여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지난달 27일 두바이 사태로 급락한 직후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10거래일 동안 이달 8일을 제외하고 연일 상승하며 열흘간 101포인트나 회복했다.

이에 따라 20일선이 60일선을 상향 돌파하는 골든크로스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20일선은 지난달 말을 고비로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 주말엔 1607.29까지 올라왔다. 60일선(1622.51)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이달 초만 해도 두 이평선 간의 차이는 40포인트에 달했다. 중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하게 되면 3월31일 이후 처음이다.

증시의 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각종 지표들도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다. 11월 들어 줄곧 3조~4조원대에 머물던 거래대금은 선물 · 옵션 동시 만기일인 지난 10일엔 7조원을 넘어섰으며 11일에도 5조4468억원을 기록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아직 거래대금 회복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만기일 이후에도 거래대금이 5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예탁금은 9월 하순 이후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 주말엔 12조4764억원으로 나흘 새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수급 개선 속 소외주 반등 관심

이달 코스피지수 상승은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은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두바이 사태 불안감이 빠르게 진정되면서 외국인은 열흘 중 9일을 순매수하며 1조6200억원가량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동시만기일 전후로 강하게 유입된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는 외국인보다 컸다. 지난 7일 동안 프로그램 누적 순매수 규모는 2조1600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대형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들이 강하게 반등하며 시장 주도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대표적인 낙폭 과대주인 조선 해운 증권주 등이 거래량 증가와 함께 반등 탄력을 높여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동시만기일을 기점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크게 완화된 데다 기술적으로 코스피지수가 60일선 저항을 강하게 돌파한 점이 긍정적"이라며 "향후 실적 개선이 확인돼야 하겠지만 장기 소외주가 턴 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시장 관심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1700선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막연한 기대를 주의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두바이 사태 이후 뚜렷한 조정 없이 10% 가까운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일시적인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며 "기술적인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