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싸이렌'으로 활동


"아이돌 댄스 가수 출신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1990년대 그룹 H.O.T와 아이돌 1세대 양대 산맥이던 그룹 젝스키스 출신 은지원은 2000년 팀 해체와 함께 솔로로 나서며 댄스에서 힙합으로 장르를 옮겼다.

4집까지 힙합으로 승부했던 그는 10일 5집 '플라토닉(Platonic)'을 내며 타이틀곡으로 일렉트로닉 힙합 댄스곡 '싸이렌(Siren)'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곡은 소속사의 반대에도 그가 타이틀곡으로 고집한 노래다.

"솔로 초기, 드렁큰 타이거 등 힙합크루 무브먼트와 작업하며 힙합의 세계에 빠졌죠. 이번에 춤을 추며 댄스곡으로 활동하는것은 전직 아이돌 댄스 가수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에요. 이제 힙합이 몸에 배 댄스가 몸에 안 맞지만 더 늦으면 못할 것 같았죠. 지금 아이돌 가수처럼 춤출 자신도 없고요. 이번 안무는 '개다리춤'의 부활입니다.'능청 개다리춤'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음반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

5집에는 은지원과 절친한 힙합 프로듀서 킵루츠가 참여해 트랙 전체 베이스는 힙합이다.

여기에 은지원이 평소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로 영역을 확장했다.

1980년대 팝을 연상시키는 '플라토닉', 유로 사운드의 '아웃 오브 컨트롤', 마이애미 스타일의 올드 힙합곡 '160', 라운지 스타일의 '처음처럼만' 등이다.

히트곡 '데인저러스'의 윈터 버전과 '아디오스'의 라틴 재즈 버전도 보너스로 실었다.

튀는 곡은 KBS 2TV '해피선데이' 코너 '1박 2일'의 동료 이수근이 랩 피처링한 '160'.

"수근이 형이 프리스타일 개그를 넣어 즉흥적으로 랩을 했어요. '160'은 수근이 형 신장, 이 노래의 BPM(Beats Per Minute), '1박2일'에서 동료들이 장난으로 말하는 제 아이큐죠."

음반 곡들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관통한다.

'플라토닉'은 정신적인 사랑보다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싸이렌'은 친구의 여자가 자신을 좋아해 흔들리는 심정, '에브리싱'은 한결같이 그녀를 사랑하겠다는 고백, '처음처럼만'은 그녀에게 첫 만남의 느낌을 영원히 이어가자는 약속을 담았다.

"작곡가들에게 제가 체험하지 못한 가상의 상황을 주제로 정해줬는데 제 여자 친구가 '싸이렌' 가사를 듣고 마음에 안 들어했어요. '남자가 지조가 있어야지, 왜 흔들리냐고'요. '처음처럼만'은 여자 친구를 위해 만든 제 얘기입니다.하하."

열성적으로 자신의 음반을 소개한 그는 녹음실에서 작업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이후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은 부담된다고 했다.

"녹음실에서는 4일 밤을 새도 피곤하지 않아요. 그런데 무대에서 노래할 때는 평가받는 느낌이어서 싫어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편하니 카메라 공포증도 아니죠. 콘서트는 제 음반에 대한 평가를 한 뒤 좋아해주는 분들이 오시니까 자주 열고 싶고요."


◇무대보다 '1박 2일' 속 내가 '진짜'

가수로서 자부심이 대단하지만 그는 공백기 내내 '1박 2일'의 '은초딩'으로 불리며 예능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는 '1박 2일'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애정을 보였다.

대본이 없는 100% 리얼리티여서 실제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했다.

오히려 '1박 2일' 속 자신보다 무대에서 멋있는 척 하는 자신이 가짜일지 모른다고도 했다.

"2년 반 정도 출연했는데 살면서 이렇게 고생한 적이 없어요. 매주 '와~ 이번 주가 진짜 대박 힘들다'고 얘기하는데 그 다음 주는 더 힘들죠. 보통 금-토요일 일정으로 떠나는데, 월요일부터 소화가 안돼요. 하지만 너무 좋은 형과 동생들을 얻었죠."

그는 강호동은 결혼 생활, 대인관계 등 인생 전반을 조언해주는 거부할 수 없는 형, MC몽은 후배를 못 챙기는 자신이 유일하게 모든 걸 해주고 싶은 동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박 2일' 촬영을 하며 여자 친구와 함께 가고 싶었던 여행지와 먹을거리도 꼽아줬다.

"한옥이 멋졌던 해남의 땅끝마을도 기억나고 그중 거제도가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었어요. 서울 집을 처분하고 거제도에서 살고 싶은 충동도 느꼈죠. 또 나주 곰탕, 담양 떡갈비도 무척 맛있었어요."

축구선수 이동국의 처형으로 2살 연상인 여자 친구에 대해서는 강한 신뢰를 보였다.

여자 친구는 하와이 시절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고교시절 은지원의 첫사랑이었다.

이후 은지원이 가수 제이(J)의 미니홈피에서 우연히 사진을 발견했고 쪽지를 보내 다시 만난 지 9개월이 됐다.

그는 "연상이어선지 나보다 한발 앞서 생각해 때로는 존경심이 든다"며 "친구 같지만 나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엄마 같을 때도 있다. 여러 면에서 '이런 사람이 배우자구나'라고 느낀다. 그런데 솔직히 결혼 생활에 대한 동경보다 2세를 빨리 갖고 싶다. 결혼해도 연애하듯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은지원은 연인이 공개돼 연예인으로서 불편한 점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집안 배경이다.

지난 10월 그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사진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박 전 대통령 누나 박귀희 여사의 손자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5촌 당고모다.

그는 "매년 추도식에 참석했는데 '1박 2일'로 얼굴이 알려져 이슈가 된 것 같다"며 "정치도 모르고 집안을 내세우려는 마음도 없다. 단지 아버지를 따라 집안 행사에 참여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