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그린에서 승패가 가름난다. 결정적 순간 짧은 퍼트 하나가 우승과 2위,커트 통과와 탈락을 좌우한다. 강욱순은 2003년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 최종일 최종홀에서 50㎝ 거리의 퍼트를 놓쳐 1타차로 미국 진출에 실패했다.

퍼트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짧은 샷이지만,거기에도 기술과 테크닉은 존재한다. 미국 골프매거진은 소속 티칭프로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역대 퍼트명인 10명을 선정했다. 설문조사 결과 역사상 가장 퍼트를 잘하는 선수는 최근 외도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타이거 우즈(34 · 미국)였다.

2000년 USPGA챔피언십 연장 첫 홀에서 봅 메이를 따돌린 버디 퍼트,2008년 US오픈 월요연장전에서 로코 미디에이트를 제압한 버디 퍼트 등은 우즈의 퍼트솜씨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들이다. 우즈가 위대한 퍼터(putter)라는 것은 '넣어야 할 퍼트'는 성공한다는 점이다.

우즈는 지난해 3피트(약 90㎝) 내 퍼트를 단 한 차례도 실수하지 않은 6명의 미PGA투어프로 가운데 한 명이었다. 골프매거진은 "우즈는 다른 선수들처럼 현란한 퍼트 기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모든 것이 '스퀘어'를 이루고 있는 셋업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팔과 퍼터샤프트는 마치 일직선인 것처럼 움직인다. 임팩트 후에도 퍼터헤드를 멈추지 않는 견실한 스트로크도 성공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우즈 다음으로 퍼트를 잘하는 선수로는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보유자인 잭 니클로스가 꼽혔고,세 번째는 지금은 시니어투어로 활동무대를 옮긴 벤 크렌쇼가 선정됐다. 니클로스는 흔히 '파워'만 잘 알려져 있으나 그린에서도 누구 못지않게 섬세한 플레이를 펼쳤다. 마스터스 사상 최고령(46세) 챔피언이 됐던 1986년 마스터스 최종일 백나인 9개홀 중 6개홀에서 1퍼트를 한 것은 그의 퍼트솜씨를 가늠케 한다. 크렌쇼는 장타력과 샷정확도가 출중하지 않은데도 뛰어난 퍼트 실력 덕분에 마스터스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