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연말랠리를 염두에 둬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이제 두바이 쇼크를 잊고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매크로 지표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쇼크 이후 곧바로 나타난 주가복원 수준과 여진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투자전략을 세우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맞서고 있다.
◆두바이 쇼크, "이제 잊자" vs "여진 계속"
미국 증시가 전날 두바이 불안에서 벗어나며 다우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빠른 안정세를 되찾고 있고, 충격의 주범인 두바이월드와 채권자 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조기 수습국면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제 두바이를 잊자"고 제안했다.
조 연구원은 "실제로 두바이월드 사건 이후 급등했던 같은 아랍에미리트(UAE) 소속의 아부다비나 인접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CDS프리미엄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중동 전역의 신용경색 가능성까지 열어뒀던 것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월드가 채권단과 협의를 하고 있는 만큼 이쯤 되면 국내 증시에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사건이 가져왔던 쇼크는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 하다"면서 "이제 잠시 소홀했던 미국의 연말 소비와 주요 경제 지표 같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두바이 문제는 분석의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 연구원은 "두바이 문제가 분석의 영역이라면 모를까 다른 중동지역이나 유럽으로 문제가 전이된다고 생각했다면 거두절미하고 주식을 파는 것이지 어느 은행이 얼마의 채권을 들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분석의 여지가 있다면 이성이 개입하는 것이고 이성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면 제2의 리먼사태로 불릴 연유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래서 지금은 냉철함이 필요하다"면서 "냉철함이란 주가가 강세이기 때문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정보에 의한 왜곡을 돌려 놓고 난 후에 시장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제 두바이 이슈를 잊자'는 단정적 결론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전문가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바이 이슈는 채무자 이슈가 아니라 두바이에 투자한 유럽은행 등 채권자 이슈인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두바이 사태를 깡그리 무시하고 그 이전 수준 이상으로 가격회복을 할 것이란 진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가격회복이 단숨에 진행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뚫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중 팀장은 "두바이 이슈는 채무자 뿐만 아니라 유럽은행 등 채권자들에 더 엄중한 문제"라며 "살얼음판인 두바이 사태 전개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투자심리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 사태가 주채권자인 유럽, 특히 영국계 은행의 누적 손실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김 팀장은 "유럽 금융기관의 부실 누적에 의한 체력저하 시점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부실에 노출돼 부실규모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더 이상 서 있기 힘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주말 두바이 이슈가 과잉 우려를 초래해 주가가 급락한 만큼 복원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면서 "다만 단기적 관점에서도 두바이 채무 처리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연말랠리는 기대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두바이발 악재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만 불안한 투자심리로 인해 시장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 연구원은 "두바이발 위기로 인한 여진은 아직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잔뜩 움츠리면서 불안했던 투자심리가 지수 변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두바이 쇼크' 이후 투자전략은?
결국 이제는 두바이 쇼크 이후 시장참여자들의 투자전략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두바이 문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해법 또한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종목별 대응과 수출주와 중국 내수관련주, 단기 테마주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고 있다.
이선엽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가 이어질 경우 지수는 점진적인 반등을 시도할 전망이지만 펀드 환매 진정 등 전반적인 수급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호재 반영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당분간 제한된 박스권 움직임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들은 종목별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신규 상장주나 아이폰 관련주 등 테마 관련 종목들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만큼 새롭게 부각되는 테마성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중 팀장은 "두바이 사태로 인해 연말까지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년 1분기까지 증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길게 보면 내수확대와 관련된 유통이나 철강, 게임주에 관심이 필요하고 환율 수혜주도 빠른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서동필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경기를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나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지표 등은 서둘러 주식을 팔 필요가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발표된 중국 11월 PMI는 9개월 연속 기준치를 웃돌아 제조업 경기가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제조업지수도 53.6으로 전달보다 낮아졌지만, 확장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치 50을 4개월째 넘었다.
서 연구원은 "지금은 상승 과정에서 주식을 추격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환율과 중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수출주와 중국 소비관련주는 보유 전력이 더 유리해 보인다"면서 "달러가 약세로 접어들 개연성이 높아 원자재가격 상승 수혜주도 보유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