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확산되고 있지만 비관론자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리처드 던컨 블랙호스자산관리 선임연구원은 1일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전 세계 경제전문가 중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

셰는 이날 하나금융그룹이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국제 투자 컨퍼런스에서 "또 다른 위기가 2년 뒤에 다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고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전 세계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게 그가 제시하는 위기 재발 시나리오다.


셰는 전 세계 주가와 금을 비롯한 각종 자산 가격의 상승세도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의한 것일 뿐 지속성을 갖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인구 구조와 소득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높다"고 진단했다.

던컨 선임연구원은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예로 들면서 세계 경제 곳곳에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거품이 5년 안에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거품은 예외 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두바이 사태를 통해 깨달을 수 있다"며 "중국도 연간 10%의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한국 경제는 5.5%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몇 가지 위험 요인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출구전략 지연 △환율의 지나친 하락 △은행의 단기 외채 △중소기업의 부채 등을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