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손에 꼽히는 화두 가운데 하나다. 전력 먹는 하마로 악명 높은 데이터센터(IDC)의 절전 시스템 도입에서 친환경 IT제품에 이르기까지 그린은 이미 IT산업에 위기이자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제조분야에서는 IT를 도입해 저탄소 운동을 실현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런 추세를 감안,'IT 이노베이션 대상'에서는 올해부터 그린IT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기업들도 시상했다.

◆초절전PC에서 그린팩스까지

그린IT 분야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의 IT서비스 기업인 하나아이앤에스가 차지했다. 작년 말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자로 선정된 뒤 하루 20만장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의 문서를 전자문서화하는 등의 작업으로 물류 및 관리 비용을 절감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아서다. 기존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변환해 보관함으로써 연간 30만그루의 나무를 절약하는 성과를 냈다.

회사 운영,제품 설계,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삼보컴퓨터는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았다. 최소 에너지로 최대의 생산 효과를 얻고자 2008년에 기존 생산라인을 재배치해 작업자 능률 향상,현장 내 생산을 위한 에너지 절감,야간 작업으로 인한 품질 저하 문제 제거 등의 효과를 거뒀다. 생산라인의 형광등을 교체해 약 30%의 절전 효과도 냈다. 이 회사는 작년 7월부터 전사적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저탄소 녹색 운동'도 벌이고 있다.

삼성SDS는 저비용과 고효율의 그린 데이터센터 전략으로 지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수원에 세운 데이터센터는 설계부터 그린 개념을 도입했고 친환경 자재를 활용했다. 저전력 · 에너지 효율을 위한 방법으로 고효율 기반시설 및 효율적 IT장비 배치,빙축열 시스템,외기냉방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경부장관상을 받은 키컴은 10여년간 지속적인 투자로 팩스의 그린화를 일궈냈다. 팩스의 모든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처리한 그린팩스가 그것이다. 기존 팩스와 동일한 PSTN(집전화 회선) 방식의 문서 송수신 기능을 제공하며 PC로 문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광고나 스팸성 문서를 출력 없이 확인할 수 있다. 85% 이상을 수입하는 팩스 토너도 쓸 필요가 없어져 수입 대체효과도 거뒀다. 570만대로 추정되는 기업용 팩스를 그린팩스로 대체할 경우 연간 51만t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IT와 자전거의 만남

이번 대상에는 이색적인 수상업체들도 눈에 띈다. 자전거에 IT를 접목해 그린IT 성과를 거둔 위트콤과 한화S&C가 그렇다. 위트콤은 지식경제부장관상을,한화S&C는 특별상인 한국경제신문사장상을 받았다.

위트콤은 첨단 IT를 융합한 공영 자전거 무인대여 터미널을 도시 곳곳에 설치해 운영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자전거를 대여 · 이용 · 반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1년6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작년 3월 국내 최초로 서울시 송파구에 '생활형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을 시범 설치했다. 작년 9월에는 창원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누비자' 시스템을 오픈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순천시 생태공원을 주변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영 자전거 터미널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시스템은 교통카드를 회원카드로 이용하고 휴대폰 결제 방식으로 간편하게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한화S&C는 경기도 고양시에 자전거 공공임대사업인 에코바이크(eco-Bike)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노디자인,삼천리자전거,산업은행 등과 손잡고 에코바이크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었다. 전국 지자체들이 자전거 공공임대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민간이 투자하고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법인은 내년 9월까지 스테이션(무인대여소) 125곳에 자전거 3000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고양시내 200~300m 간격으로 배치된 스테이션 가운데 원하는 곳에서 스마트카드를 찍어 자전거를 빌리고 목적지 스테이션에서 반납하면 된다. 스테이션은 학교 공원 쇼핑센터 체육시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장소에 주로 설치된다. 내년 2월까지 자전거 1600대와 스테이션 70개소를 설치하고 3월께 시범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