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미국은 무대만 다를 뿐 골프선수로 활약하는 건 똑같아요. 저를 위해 국내 복귀를 결정했고 그 첫관문(시드순위전)을 무사히 통과해서 기뻐요. "

홍진주(26 · SK에너지)가 지난 27일 전남 무안CC에서 끝난 '2010 KLPGA투어 시드순위전'에서 최종 합계 4언더파 286타(10위)를 기록,내년 정규투어 카드(출전권)를 따냈다.

2007년부터 미국LPGA 투어에서 활약하다가 3년 만에 국내 무대에 정식 복귀하게 된 것.그는 "저의 복귀가 골프계의 이슈가 된 데다 주변의 지나친 관심이 걱정스러웠지만 시드권을 확보하게 돼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훤칠한 키(174㎝)에 '얼짱'으로 인기를 모은 홍진주는 프로 데뷔 3년 만인 2006년 9월 'SK엔크린 솔룩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승을 거두고 한 달 뒤 미LPGA투어 '코오롱 · 하나은행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단번에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듬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지만 2007년과 2008년 '톱 10'에 한 번씩 들었을 뿐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미국 생활은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라 설명을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실 거예요. 잘 될 때야 '미국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가시질 않았어요. "

그는 혼자 지내는 것과 이동하는 게 특히 곤욕이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골프 선 · 후배들이니 서로 힘든 얘기는 잘 안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 거죠.그렇다고 특별히 해소할 방법은 없고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고작이었어요. 미국 무대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게 돌이켜보면 가장 아쉬운 대목이에요. "

홍진주는 지난달 나비스타LPGA클래식을 끝으로 미국 생활을 접고 국내 대회에 간간이 참가하면서 연말 시드순위전을 준비해 왔다. 그러는 사이 미국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늘어난 몸무게도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미국 진출 후 몇 개월 만에 7㎏이나 불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에 오니까 살이 빠지더군요. 빵이나 기름진 음식을 안 먹고 식사량을 조절했을 따름이에요. 아마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온 것 같아요(웃음)."

홍진주는 시드순위전을 앞두고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에 매진했다. 중 · 고등학교 때 연습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생각 없이 볼만 많이 쳤던 것 같아요. 이번 순위전을 앞두고 라운드도 많이 돌고,스윙 하나 하나에 온 정신을 모았죠."

홍진주는 'U턴'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단다. 자존심 때문이었다. 미LPGA투어에는 한국 선수 40여명이 활동 중이지만 그 중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보다 그렇지 못한 선수가 훨씬 많다.

"'우승도 하고 세계 최고 무대에도 섰었는데 다시 한국에 가야하나'라는 생각을 다잡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정상에 올랐으면 다시 내려가야 할 때도 있지만 쉽게 인정하기 힘들잖아요. 아마 상당수 선수들이 자존심 때문에 국내 복귀를 망설일 겁니다. 처음에는 (국내 복귀를) 생각만 해도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렇지만 골프를 그만둘 것도 아니고 (제게) 맞는 무대에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홍진주는 내년 첫 우승을 빨리 거두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올해로 스폰서 계약이 끝나 새로운 스폰서도 찾아야 한다. "1승을 빨리 해야 2승,3승에도 도전할 수 있잖아요. 첫승을 언제 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미국에서 못 다 이룬 것들을 한국에서 하루 빨리 이뤄내야죠."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