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6월말 대비 15조원(2.2%) 증가한 71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이 7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신용 잔액을 통계청이 추계한 올해 전체 가구수(1691만7000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4214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계산된다. 추계 인구 수(4874만7000명)로 나누면 1인당 빚은 1462만원이 된다.

전기 대비 가계신용 증감액은 올 1분기(-4조6000억원) 경기침체 여파로 5년 9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며 2분기 들어 14조1000억원(2.1%) 증가했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675조6000억원으로 14조1000억원 증가했다. 신용카드사와 백화점 등을 통한 외상 거래인 판매신용 잔액은 1조원 늘어난 3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예금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은 DTI 규제가 수도권 전체로 확대되고 일부 은행이 대출채권을 유동화함에 따라 지난 2분기 8조2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7조1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을 용도별로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주택용도 대출이 전분기의 47.8%에서 50.8%로 상승하면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소비와 기타 용도 비중은 52.2%에서 49.2%로 하락했다. 만기구조는 1년 이상 10년 미만의 비중이 57.1%에서 49.5%로 하락하고 10년 이상의 비중은 25.4%에서 31.9%로 상승하는 등 대출 만기가 장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종합금융회사·투자신탁회사·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기구·우체국예금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5000억원으로 전기(2조9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부풀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전기 대비 1조2000억원 확대된 3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상용 경제통계국 과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예금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비은행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신전문기관과 국민주택기금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도 보험기관과 국민주택기금 등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2조7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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