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금리 담합 의혹에 관한 신고가 여러 건 접수돼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고 24일 말했다.

◆가산금리 3%포인트 넘어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각종 제반비용과 은행의 수익을 포함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이 가산금리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은행별로 1%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CD 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급락하자 은행들은 수익성 유지를 이유로 가산금리를 인상,지금은 최고 3%포인트가 넘는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9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가산금리는 3.07%포인트로 1999년(4.37%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거의 모든 시중은행의 가산금리가 비슷하게 오른 데에는 담합의 여지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으로 CD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음에도 실제 대출금리 하락은 소폭에 그쳤다. CD금리는 지난해 10월 말 연 5.98%에서 현재 2.79%로 3.19%포인트 하락한 데 반해 같은 기간 예컨대 국민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9~8.42%에서 4.75~6.35%로 2.07~2.15%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은행들 "사전 협의 없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담합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CD금리 급락으로 대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각 은행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가산금리를 올렸을 뿐 은행 간 사전 협의 등은 없었다는 것이다.

은행 간 대출금리가 비슷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도 경쟁의 결과일 뿐 담합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에 비해 금리가 지나치게 높으면 영업상 불리하고 지나치게 낮으면 수익성이 나빠지기 때문에 항상 타 은행의 금리 수준을 참고하면서 대출금리를 결정한다"며 "그 결과 대출금리가 비슷해진 것을 담합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담합 공방 치열할 듯

문제는 은행권의 영업 특성이다. 은행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금융시스템의 핵심이기 때문에 각 은행의 임원 또는 실무자 간 회합이 상대적으로 잦다. 담합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주재로 열린 은행 실무자회의에서 대출금리에 대한 얘기가 오가기도 한다"며 "이를 전후해서 각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전했다. 감독당국의 주관 아래 공식적인 은행 실무자 간 회의 이후 대출금리 인상 또는 인하가 이뤄지는 것은 감독당국의 지침에 응한 것으로 봐야지 담합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달리 해석할 가능성이 커 '가산금리'를 둘러싼 담합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호/박신영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