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전날 미국 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發 훈풍에 60일 이동평균선(1628선) 돌파를 재시도할 것이란 전망을 무색케하며 단기선인 5일 이평선(1610)마저 내주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미국 증시의 경우 저점을 찍고 상승하는 상황이지만 한국 증시는 고점을 터치하고 하강국면에 들어서는 등 구조적인 차이에서 연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소비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진 데다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약해진 체력 역시 이 같은 디커플링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관과 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팔자세를 강화하면서 미국 증시 급등에도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23일(현지시간) 전주말보다 132.79포인트(1.29%) 상승한 10450.9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S&P500지수도 14.86포인트(1.36%) 오른 1106.24를 나타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29.97포인트(1.40%) 상승한 2176.01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이날 오후 1시6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39포인트(0.89%) 내린 1604.44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주에서만 각각 897억원, 1322억원을 순매도하며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최근까지 정보기술(IT) 등 기존 주도주를 매수해온 외국인들이 전기전자업종에서만 74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미국 증시는 저점을 통과한 후 반등 국면에 있지만 한국 증시는 그와 정반대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 사이클에 놓여 있다"면서 "이것이 증시 흐름 자체가 탈동화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라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엇박자를 보이는 것은 실적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기업 가동률이 최저인 상태에서도 특별한 투자없이 생산성이 좋아지면서 내년 1분기까지 실적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기때문에 랠리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지난 3분기에 정점을 찍고 이익이 하향조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면서 "아울러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세 못지 않게 물량을 털어내고 있는 기관들의 행보와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에서 그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엄태웅 부국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후반 코스피지수가 급등세를 보인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증시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관이 지속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도 분위기를 안좋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과 한국 증시의 탈동조화 현상은 가깝게는 미국 소비지표 결과와 멀게는 내년 국내 증시의 회복국면에 맞춰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엄태웅 연구원은 "이번주 예정된 미국 소비지표가 주택지표처럼 양호한 것으로 나올 경우 기관과 외국인들은 다시 순매수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중 팀장도 "올 연말까지 국내 증시가 경기모멘텀과 기업이익 하향조정으로 강세장이 연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신축적 통화정책 기조 하에서 달러약세가 전개되고 외국인의 한국물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숨고르기 이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