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국내기업들이 외면하는 M&A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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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기업 사냥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요즘 M&A(기업 인수 · 합병) 시장을 보면서 든 느낌입니다. 하이닉스 대우건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는데도 입질을 하는 국내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하이닉스 매각 입찰 때는 효성그룹 한 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결국 포기했고,대우건설 매각 입찰에는 국내 인수 희망자가 아예 없었습니다.
예전에 기업 매물이 나올 때마다 치열하게 경합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승자의 저주'를 두려워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탓입니다. 승자의 저주는 매장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유전 등을 경쟁 입찰하는 경우 종종 나타납니다. 많은 금액을 써내 승자가 됐으나 실제로 땅을 파보니 매장 석유량이 적어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말합니다. 과거 높은 가격을 써내 기업을 인수한 곳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어려움에 빠진 것을 보고 M&A 시장을 거들떠보지 않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위험이 생겼습니다. 대주주 리스크입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중동 자본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최종 인수자로 확정되면 어떻게 경영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매물로 나올 기업들의 새로운 대주주가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M&A라는 훌륭한 성장의 발판을 국내 기업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한두 달 정도의 실사만으로 기업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실사 이후 기업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지만,M&A는 기업 자체의 성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을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입니다. 욕심만으로 뛰어들었다가 혼줄이 나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또 다른 극단의 선택입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에는 위험 대비 차원에서 여유자금을 많이 쌓아둔 곳들이 꽤 있습니다. 수익이 낮은 곳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본이 높은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금융당국이 고민해야 합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
요즘 M&A(기업 인수 · 합병) 시장을 보면서 든 느낌입니다. 하이닉스 대우건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는데도 입질을 하는 국내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하이닉스 매각 입찰 때는 효성그룹 한 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결국 포기했고,대우건설 매각 입찰에는 국내 인수 희망자가 아예 없었습니다.
예전에 기업 매물이 나올 때마다 치열하게 경합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승자의 저주'를 두려워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탓입니다. 승자의 저주는 매장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유전 등을 경쟁 입찰하는 경우 종종 나타납니다. 많은 금액을 써내 승자가 됐으나 실제로 땅을 파보니 매장 석유량이 적어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말합니다. 과거 높은 가격을 써내 기업을 인수한 곳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어려움에 빠진 것을 보고 M&A 시장을 거들떠보지 않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위험이 생겼습니다. 대주주 리스크입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중동 자본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최종 인수자로 확정되면 어떻게 경영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매물로 나올 기업들의 새로운 대주주가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M&A라는 훌륭한 성장의 발판을 국내 기업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한두 달 정도의 실사만으로 기업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실사 이후 기업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지만,M&A는 기업 자체의 성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을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입니다. 욕심만으로 뛰어들었다가 혼줄이 나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또 다른 극단의 선택입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에는 위험 대비 차원에서 여유자금을 많이 쌓아둔 곳들이 꽤 있습니다. 수익이 낮은 곳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본이 높은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금융당국이 고민해야 합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