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돌풍이 거세다. 직장인의 회식은 물론 청와대 오 · 만찬이나 재계의 건배 자리에도 막걸리가 자주 오르고 있다. 햅쌀로 빚은 '막걸리 누보'의 인기가 햇포도주인 '보졸레 누보'를 누를 정도다. 이처럼 막걸리가 대중주인 맥주 소주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비결은 서울탁주 등이 술빚는 방식을 개선,막걸리의 맛을 재창조한 데다 다른 술에 비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쌀을 쪄서 물을 붓고 효모와 누룩으로 발효시킨 다음 걸러내는 비교적 단순한 공정을 거친다. 막걸리의 맛은 발효기술,누룩과 효모의 종류,수질,쌀의 품질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발효공정에서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거나 발효조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아 신선한 누룩과 효모 대신 잔류한 것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치면 술맛이 저하된다. 과거에는 발효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방법이 없었던데다 고두밥을 신속하게 발효시키기 위해 '카바이드'를 투여하는 바람에 불순물이 많았고 맛도 균일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숙취가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22~28도에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숙취가 현저하게 줄었다.

누룩은 통밀을 굵게 갈아 반죽해 일정한 모양으로 성형한 것으로 공기 중의 미생물이 달라붙는다. 콩이 원료인 청국장을 청국균(淸麴菌)으로 띄우듯 막걸리나 약주는 주로 황국균(黃麴菌)을 쓴다. 황국균은 거미줄곰팡이(Rhizopus nigricans)와 누룩곰팡이(Aspergillus oryzae)가 대표적이다. 거미줄곰팡이는 발효산물로 유기산을 만들기 때문에 신맛이 나는 대신 잡균을 살균하는 효과를 낸다. 누룩곰팡이는 신맛이 거의 없고 단맛이 더한 발효를 하는데 이를 억제하기 위한 조작(저온 유지 등)을 거치면 최종적으로는 담백한 맛을 낸다. 예컨대 서울탁주의 막걸리가 달근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은 최근 들어 누룩곰팡이를 강화한 일본식 입국(粒麴)을 주로 쓰기 때문이다. 물은 무기질 함량이 많을수록 효모가 활성화돼 알코올 발효속도가 빨라져 거칠고 무거운 맛을 내게 된다.

쌀은 전분이 많고 지방질과 단백질의 함량이 적을수록 담백한 맛이 나고 숙취가 적어진다. 찹쌀이 멥쌀보다 더 좋은 맛을 낸다. 일반의 상식과 달리 우리 막걸리의 기원은 '쌀+밀'이다. 통밀을 원료로 하는 누룩의 사용량이 많게는 5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걸죽하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예로부터 밀을 애용했다. 밀을 쓴 대표적인 제품이 포천 이동막걸리로 밀의 비율이 20~40%를 차지한다. 더욱이 스테인리스가 아닌 옹기에서 발효시켜 옹기의 숨구멍에 자라는 미생물 덕분에 미묘한 맛이 더해진다. 이에 비해 같은 포천의 일동막걸리는 밀가루 대신 옥수수전분을 10~30%가량 넣어 발효한다. 전분 함량이 높을수록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강해진다. 젊은층을 겨냥해 요즘 막걸리들은 대부분 일동막걸리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다.

막걸리가 다른 술보다 건강에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기 때문이다. 6~8도로 맥주와 거의 비슷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데다 단백질 비타민B군 칼슘 칼륨 필수아미노산(10여종) 등 영양물질이 전체의 10%가량을 차지한다. 비타민B군은 중년 이후의 피로회복에,식이섬유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유산균과 효모가 동시에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되는 술은 막걸리가 유일하다시피하다. 생맥주는 효모가 소량 살아있을 뿐이다. 특히 유산균이 1㎖당 수백만~수억개가 들어있어 일반 요구르트(수천만개)보다 많다. 장에 이로운 유산균을 공급하므로 과민성대장증후군, 장염, 설사, 변비를 개선하고 발암물질을 해독할 수 있다. 특히 악취나는 대변을 보는 사람이라면 막걸리로 장을 깨끗이 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 생효모는 단백질의 보고인 데다 소화 촉진,체중 감량에도 유익하다.



그렇지만 막걸리도 엄연한 술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동물실험 결과다. 알코올 도수를 감안하면 주량에 따라 하루 두세잔은 간에 해를 주지 않지만 3병 이상은 다음 날까지도 해독되지 않을 양이다. 만성 음주는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간경화를 일으키는데 막걸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신우창 국순당연구소 부소장,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김달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