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카포스 미국 지식재산차관 겸 특허청장(사진)은 17일 워싱턴의 재미한인특허변호사협회(KAIPLA · 회장 박해찬 변호사)가 마련한 세미나에서 기자와 만나 미 의회에 계류 중인 특허 개혁법안의 의미를 이같이 강조했다. 카포스 청장은 "특허 개혁법은 특허괴물들이 부적절하게 부여된 질 낮은 특허를 무기로 무분별하게 소송을 걸 수 없도록 차단해 기업들의 대응 비용과 시간 낭비를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괴물이란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특허만을 끌어모아 로열티 수입을 올리거나 특허를 침해한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익을 챙기는 펀드나 회사를 말한다. 한국 기업들은 특허괴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소송에 연루된 한국 기업들은 6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45%가 특허괴물에 소송을 당한 것으로 주미한국대사관 측은 집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특허 개혁법안은 발명한 사람이나 기업에 특허권을 주는 미국식 특허 방식을 폐지하고,다른 국가들처럼 가장 먼저 특허를 출원한 사람이나 기업에 특허권을 부여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허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미국 특허심판원에 이의신청과 분쟁해소 절차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국은 이 절차가 없어 특허괴물과 특허원천 기업에 소송을 당한 기업들은 곧바로 법원에 가서 소송을 벌여야 한다. 그만큼 막대한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현재 정보기술(IT)업체들은 개혁법에 적극 찬성하고 있으나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 등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포스 청장은 "의회가 조속히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0년간 지지부진했던 특허 개혁으로 기업들의 혁신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 특허출원 1위 기업인 IBM에서 특허전문 임원으로 활동한 카포스를 임명했다. 재미한인특허변호사협회는 2007년 결성됐으며 현재 회원 수가 50여명이다. 앞으로 미주 지역의 지식재산권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 한국 기업들의 특허 대리업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