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비정 1척이 왜 전례없이 11월에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을까. 지난 10일 서해 대청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제3차 서해교전에 숨겨진 북한의 의도를 놓고 군(軍)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다. 군당국은 다섯 차례의 경고통신에도 북상하지 않은 북한경비정의 움직임은 전형적인 도발행위에 해당하지만 경비정 1척이 넘어온 이유 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군은 11일 북한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해당 전투부대와 지역에 검열단을 보내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중국어선 1척 단속 위해 NLL 침범했나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할 당시 인근에 중국 어선은 1척밖에 없었다. 중국 어선은 소청도 동쪽 NLL을 왔다갔다하는 상황이었고 북한 경비정은 그 어선 주변으로 항해하면서 NLL을 통과했다. 당시 다른 중국 어선들은 백령도 북쪽에 23척,동쪽에 9척이 선단을 이뤄 정박 중인 상태였다. NLL 북쪽 북한 섬인 기린도 앞바다에는 북한 어선 24척이 선단을 이룬 채 떠 있었다.

이 때문에 군은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NLL을 월선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론에 대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1척만 남하했나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자 남측 고속정 4척이 대응기동을 했다. 고속정 바로 뒤편에서는 초계함(1200t급) 1척이 따라붙었고 후방에는 호위함(1800t급) 1척이 대기 중이었다. 교전 당시 NLL 이북 북한 섬인 월래도와 기린도,순위도에 각각 북한 경비정 1척씩이 배치돼 있었지만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순위도에 있던 경비정 1척은 기린도 앞바다에 있는 북한 어선 쪽으로 기동을 했으며 나머지 2척은 움직이지 않았다. 1,2차 연평해전 때 4~5척의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었다. 북측이 의도적인 도발을 계획했다면 최소한 다른 경비정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군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북측 움직임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대구경 함포사격은 안 해

북한 경비정은 경고사격을 가하는 남측 함정에 대해 50여발의 함포를 조준해 발사했다. 북한이 발사한 함포는 14.5㎜ 소구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남측 함정의 피탄 자국도 소구경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응사로 연기가 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본 북한 경비정은 초기 50여발을 발사한 이후 더는 대응하지 않았다. 도발을 계획했다면 전차포를 떼어 내 경비정에 장착한 85㎜ 대구경 함포로 응사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해교전 변화감지하러 왔나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분석이다. 다섯 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남하한 것은 남한 해군의 대응을 떠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서해교전이 없었던 탓에 북한은 변화된 남측의 대응을 떠보려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의 의도가 여기에 있었다면 북한은 경비정 반파의 비용을 치르긴 했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는 실리를 얻었을 개연성이 높다. 경고방송-경고사격-격파사격으로 대응한 우리 측 교전수칙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남한 해군이 더 이상 충돌식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체득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황해도 일대를 담당하는 북한군 4군단장인 김격식 대장이 이번 교전의 배후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군 당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군 관계자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 것은 모두 23회에 이른다"며 "같은 기간 북한 어선은 25회 NLL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경비정이 7회,어선이 11회 NLL을 침범한 것과 비교하면 이미 각각 3배와 2.6배 많은 것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