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이 선물시장에서 단기간에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개인의 선물 매매가 프로그램 매수 · 매도를 불러 현물가격을 흔드는 '왝 더 독' (Wag the dog) 현상이 재연되면서 코스피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프로그램을 앞세운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로 출발했으나, 장중 한때 상승폭을 반납하며 하락반전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선물 시장에서 개인들이 갑작스럽게 대량 매물을 쏟아낸 것을 증시 하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증시 거래량 부진으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선물시장의 충격이 고스란히 현물시장에도 전달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개인은 10시를 전후해서 20분 동안 무려 2500계약 가까운 매물을 쏟아내며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 여파로 상승 중이던 코스피200 지수선물 12월물은 상승폭을 반납하고 하락반전하고 말았다.

뚜렷한 수급주체 없이 프로그램 매수에 의지해 상승하고 있던 코스피 지수도 프로그램 차익 거래의 순매수폭이 820억에서 650억 정도로 줄어들면서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 선물시장에서 개인 투기세력 의심

개인의 선물 매도가 코스피 지수에 영향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개인의 장중 선물 매매 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개인이 단기간에 선물 매물을 수천계약 쏟아내면서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렸다.

최근 선물시장의 이런 움직임은 짧은 시간에 수천계약의 대량 매물이 나왔다는 점에서 한명이나 소수의 개인투자자의 행동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 동안 선물시장의 주도세력이었던 외국인들이 헷지성 거래를 제외한 투기성 단타거래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틈새를 노린 큰 손 개인이라는 추측이다.

과거 선물시장에서 대량으로 매매하며 선물지수와 현물지수까지 뒤흔든 베일 속의 큰손 개인투자자 '슈퍼메기'가 다시 등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다.

심상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높은 개인의 매매 편향 강도는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내부적으로 '소수의 대형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나타나는 개인의 일방적인 선물 최대 순매도 누적은 '선물 전문 투기 세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1만계약 정도의 자금력을 갖춘 소수 세력이 개인들의 투자심리 공백을 이용해 시장을 뒤흔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선물 1계약당 증거금 1500만원 정도가 필요한 만큼 한번에 1000계약씩 매물을 쏟아내려면 최소 15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 개인의 단발성 순매도에 주의해야

특히 코스피 거래량이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최근, 선물시장의 파문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현물시장에까지 확대되고 있어 문제다.

프로그램 거래대금이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의 30%를 웃돌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본규모가 있는 개인투자자가 단기간 매수·매도를 통해 시장방향성을 결정지은 다음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태에서 선물시장의 방향성이 프로그램을 연결고리로 해서 현물시장도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선물시장의 개인 투기세력이 부정적인 루머를 유포하며 투자심리를 뒤흔드는 경우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심상범 애널리스트는 "최근 선물시장에 나타난 개인세력의 베이시스 지배력은 아직 외국인에게 못 미치지만,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역전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이들의 단발성 대량 순매도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