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연출맡은 장유정씨 "안된다…못할걸…이런 편견 깨는 작품이죠 "
"저를 포함해서 캐스팅된 배우들 모두 주인공 엘 우즈처럼 편견을 깨는 것이 목표예요. "

14일부터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연출을 맡은 장유정씨(34)는 이번 작품의 메시지를 "도전 앞에서 편견을 깨는 용기"라고 말했다. 그는 "엘 우즈가 금발의 백치 미녀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했듯이 이번 작품을 통해 저는 '장유정은 창작 공연은 잘 했지만 라이선스는 못 할 것'이라는 편견에 도전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인공을 연기하는 이하늬는 '뮤지컬은 처음인데 못 할 것이다',김지우는 '큰 뮤지컬 공연은 못 할 것이다',제시카는 '연기를 못 할 것이다'라는 장애물을 넘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뮤지컬계의 '미다스의 손'이라 불린다. 그가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던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1000회를 돌파해 22만명 이상이 관람했고,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1000회를 넘어 현재 3개 도시에서 공연 중이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도 '대박'을 치며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극본상,작사,작곡상 등을 휩쓸었다.

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인 장씨가 새롭게 선보이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2001년 개봉한 영화 '금발이 너무해'가 원작.남자 친구의 이별 통보를 받고 하버드대학교 법대에 들어가 복수를 꿈꾸는 부잣집 금발 미녀의 성장기를 그렸다.

이번 무대는 장씨의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 그는 "깜냥이 되지 않아 라이선스 작품의 연출 의뢰를 계속 고사했지만 이번에는 창작의 여지가 많아서 연출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작사는 대본과 노래만 샀기 때문에 《햄릿》이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처럼 '장유정표'로 각색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금발이 너무해'는 춤과 노래가 강조되는 1부가 두드러진 반면 2부는 정적이어서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제 특기인 드라마틱한 극의 구성으로 2부를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도 이번 공연의 특징.원작에서는 주인공 엘 우즈 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선 조연들도 주연 못지않게 빛을 낸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 작품의 흥행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관객들은 무대에서 '따뜻한 얘기'를 보고 싶어합니다. 원작과는 다르게 마지막에 주인공을 통해 주변 인물들이 모두 밝게 바뀌는 것으로 각색한 이유입니다. "그는 서정성과 해피엔딩에 코드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대중적으로 만들려고 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장씨의 연출만큼 세 여배우의 캐스팅도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 출신의 미스코리아 이하늬,탤런트에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김지우,'소녀시대'의 제시카가 주인공 엘 우즈 역을 번갈아 맡기 때문이다. 장씨는 "모두 오디션을 철저하게 봤다"며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모두 실력도 뛰어날 뿐만아니라 자기만의 '엘 우즈'를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이하늬는 연기 지도를 받을 때면 머리에 꽂아둔 연필을 재빨리 뽑아 메모할 정도로 성실하게 공연을 준비해 1,2막 모두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김지우는 아픈 감정을 애절하게 전달하는 목소리로 2막에서 빛을 발한다. 주인공의 발랄한 면모가 강조되는 1막에서는 제시카의 연기가 발군이라고 장씨는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