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업체인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전기)이 산요전기를 인수하기 위해 5일 주식 공개매수(TOB)를 시작했다. 파나소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산요 인수 계획을 이제야 시행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반독점당국 심사라는 큰 산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높은 산이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파나소닉이 합병 승인을 요청한 11개국 정부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 승인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과 산요가 오는 12월7일까지 이뤄지는 8050억엔(10조4977억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거쳐 합병하면 연간 매출이 9조5300억엔(124조2700억원)으로 일본 가전 1위 히타치(약 10조엔)와 거의 비슷해진다. 하지만 파나소닉은 하이브리드카에 쓰이는 니켈금속 하이드라이드 전지 생산 부문을 매각하고,이 전지를 만드는 도요타와의 합작법인 지분도 40%에서 19.5%로 낮춰야 한다. 중국이 이 조건을 전제로 산요와의 합병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해외 기업 M&A(인수 · 합병)의 승인 조건으로 해외자산 매각을 강요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M&A를 시도할 때 중국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8월 반독점법 발효 이후 세계적 기업들의 M&A에 규제를 가해왔다. 코카콜라가 중국 최대 과즙음료업체 후이위안을 24억달러에 인수하려는 계획을 불허한 게 대표적이다. 인베브와 안호이저부시가 합병해 생긴 AB인베브가 올 들어 중국의 간판 맥주업체 칭다오맥주 지분 19.9%를 일본 아사히맥주에 매각한 것도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미쓰비시레이온은 지난해 11월 영국의 아크릴업체 루사이트를 16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해 놓고도 지난 5월까지 중국의 승인 보류로 애를 먹어야 했다.

오광진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