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역사는 인재개발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건희 전 회장은 모두 인재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강했다.

고 이병철 회장은 '인재 제일'을 삼성의 경영이념이라고 못박았고 아들인 이건희 전 회장은 "핵심인력을 얼마나 뽑아 어떻게 키워냈는지를 최고경영자 평가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렇게 찾아낸 인재들은 삼성그룹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신제품 개발,시장 개척 등을 통해 위기를 딛고 성장을 이끌어 지금의 삼성을 만들어냈다. 삼성그룹에 스타 CEO가 많은 것은 이 같은 오너의 인재에 대한 욕심과 선발,교육,보상에 이르는 체계적 관리가 만들어낸 결과다.

◆인사정책의 변화

삼성의 인재 육성 키워드는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다. 1993년 이건희 전 회장의 신경영 선언 후 도입된 신인사제도는 시장 개척,제품 개발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상하는 능력주의 인사였다.

글로벌 시장의 변방에 있던 삼성의 '성장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부터 이를 수습하는 1999년까지는 성과주의 인사로 요약할 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이 생존을 모색하고있을 때 이를 뒷받침하는 재무적 성과에 집중하는 시기였다. 모든 경영평가는 이익을 얼마나 냈는가에 맞춰졌다. 이때 연봉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보상체계도 차별화됐다.

2000년부터는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진다. 건실경영의 기조 속에 그룹 성장의 토대를 닦을 고급 인력을 수급하는 문제가 현안으로 떨어진 것이다. 삼성은 국내외에서 핵심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하기 위해 체계적 교육시스템을 정비하고 이익배분제(PS)와 스톡옵션으로 대표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3년부터는 삼성 인사전략의 키워드는 글로벌초일류 인재를 영입,육성하는 전략으로 변화한다. 글로벌 일류기업을 향한 미래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일류 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3년 6월 이 전 회장이 "5,10년 뒤 삼성이 무엇으로 먹고 살지 고민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내고 키우자는 것"이라며 천재경영론을 제기한 것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재 스카우트 작업이 이뤄지고 세계적 수준의 인사 및 교육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도 이 같은 천재경영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2006년 그가 제기한 창조경영은 또 다른 방향 전환을 가져왔다. 글로벌 1위에 올라서 벤치마킹할 만한 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독자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문화가 필요했다. 천재경영을 이어가면서도 관리 중심의 인재정책이 창조적 기업문화에 걸맞은 인재양성이라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창조적 S급 인재 확보와 육성이라는 키워드는 지금도 유효하다. 삼성이 비즈니스캐주얼 복장을 허용하고 근무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근무제를 도입한 것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구글캠퍼스처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창조적 S급 인재들이 근무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교육제도

2002년 이우에 사토시 산요 사장이 삼성인력개발원을 방문, 삼성의 방대하고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에 감동받아 이를 배우기 위해 경영교육 콘텐츠를 구매해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삼성 성공의 비결을 교육시스템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많은 교육을 시키는 게 삼성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전문가제도다. 아무런 조건없이 원하는 지역을 선정해 6개월~1년을 보내면서 현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철저히 현지화된 인력을 확보함으로써 방대한 지역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됐다. 테크노MBA 과정은 이공계 인력이 미래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경영 등 다양한 분야를 교육한다. 해외 주재원 파견 전 업무와 함께 현지 비즈니스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전문가 과정,영어 중국어 일어 외 다양한 현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외국어 교육제도도 시행 중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