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시장 개척ㆍ국내허용 대비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마다 고유자산의 운용 수익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헤지펀드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테마섹 노하우 배운다
우리투자증권이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과 합작으로 해외 헤지펀드를 만들기로 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선도하려는 포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지난달 27일 테마섹의 자산 운용을 담당하는 플러튼펀드매니지먼트의 초이팽 와 부사장이 사무실로 찾아와 해외 헤지펀드 설립을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테마섹의 운용 노하우를 배운다는 의미도 있다. 종전대로 펀드를 독자 운용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6월 1억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세운 운용 자회사인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의 일부 인력을 테마섹에 파견해 헤지펀드 운용에 합류토록 할 계획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는 현재 총 9500만달러 규모의 두 개 역외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6%대의 양호한 수익을 냈지만 해외시장 사정에 어두워 주로 국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글로벌 투자'라는 당초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사정은 한국투자증권이 설립한 'K-아틀라스',하나대투증권이 만든 'HFG 코리아' 등 다른 헤지펀드들도 대동소이하다. 'HFG 코리아'의 경우 수익률 부진으로 지난 8월 청산됐다.
◆다른 증권사들도 '잰걸음'
다른 국내 증권사들도 역외 헤지펀드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대우증권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언제,어떤 규모로 헤지펀드를 만들지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 법인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비해 사내 주식운용팀에 2개의 헤지펀드 전담팀을 신설해 헤지펀드 스타일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증권도 1억달러 이상의 헤지펀드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헤지펀드 운용 전략에 대한 실무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헤지펀드 설립을 준비 중인 증권사들은 해외 파트너와의 제휴,재간접투자 방식의 헤지펀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헤지펀드 설립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안정적인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헤지펀드 설립이 조만간 허용될 것에 대비,시장을 선점하려는 측면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헤지펀드 전면 허용에 앞서 기존 사모펀드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9월 말 입법예고해 국무회의 의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한해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자금의 세 배까지 차입을 허용한다"고 규정,국내 헤지펀드 설립의 걸림돌이 됐던 '레버리지(차입) 투자'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헤지펀드=구체적인 정의는 없지만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원금의 2~5배가량을 외부에서 차입해 투자대상에 제한을 받지 않고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자산운용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소수 거액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런 특징들은 사모펀드와도 유사하지만 사모펀드가 구조조정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해당 기업의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는 데 비해 헤지펀드는 주식,채권,파생상품,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