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던 조선주가 30일 증시에서 동반 급등하고 있다. 당장은 단기간 주가가 급락한데 따른 저가 매수세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몰리고 있는 게 상승 이유로 풀이된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수주 취소나 납기 연장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 큰 폭의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 7분 현재 현대중공업이 전날보다 5500원(3.35%) 오른 16만9500원에 거래되며 8거래일만에 반등한 것을 비롯, 삼성중공업(5.00%) 대우조선해양(4.81%) 현대미포조선(3.34%) 한진중공업(3.55%) STX조선해양(2.73%) 등의 조선주가 일제히 급등세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사자'에 나서며 조선주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날 현재 주식수 기준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고 있는 종목은 삼성중공업이다. 약 52만여주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롱텀(장기투자) 자금이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조선주의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조선주를 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주가가 너무 '싸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원은 "한국 조선주의 전체적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0%를 넘어선다"며 "이 주가를 정당화하려면 모든 조선업체들이 수주 잔고를 포기하고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이 글로벌 선사들의 유동성 위기에 과민반응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선주들과 조선사가 이미 계약한 물량은 취소나 연기가 사실상 힘들다"면서 "더구나 일부 조선사는 신규 수주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수주 가뭄속에 싱가포르 선주로부터 초대형 벌크선을 4척을 총 4억6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수주했다.

조인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발주를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조선주의 전망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선사들의 자금난은 노출된 악재이고, 추가적으로 다른 선사의 유동성 위기가 나온다 해도 그 규모는 이전만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조선주가 그간 많이 빠진 것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매도 탓도 있다"며 "때문에 한 번 반등하기 시작하면 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쇼트커버링'도 기대돼 반등의 폭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