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GM대우가 동시에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닉 라일리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겸 GM대우 이사회 의장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서울시 명예시민이 되면 주요 행사에 초청되고,박물관 등 서울시립 시설에 무료 입장할 수 있으며,정기 뉴스 배포 등의 예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큰 혜택은 아닙니다만,외국인 입장에선 명예로 받아들일 만합니다.

그런데 라일리 사장이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위촉된 사유가 좀 의아스러웠습니다. "GM대우의 경영 정상화 및 고용 창출"로 서울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다는 것이지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GM대우는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모기업인 GM의 정책적 판단 실패(선물환 거래 손실)에 따라 작년에만 약 880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지요.

올해 역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합니다. 이에 따라 GM 및 GM대우가 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기존 대출을 모두 회수한다는 강경입장으로 맞서고 있지요. 최근엔 희망퇴직 등 자발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기도 했지요.

특히 지금은 자금지원 협상을 놓고 GM과 산은간 치열한 머릿싸움에 들어갔을 정도로 미묘한 시점입니다.

서울시 측은 이에 대해 "과거 공적을 따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라일리 사장이 GM대우 초대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부터 4년간 기록을 바탕으로 명예시민증을 줬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재직할 당시나 적(籍)을 옮긴 직후 줄 일이지,회사를 떠난 지 약 4년이 지난 후에 시민증을 수여한 점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라일리 사장은 지금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지요.

전 GM대우 사장이 서울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한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GM대우는 인천 부평 및 전북 군산,경남 창원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본사는 부평에 있지요. 서울엔 영업점 및 정비센터만 있습니다.

서울시는 라일리 사장이 "과거 서울에 거주했었다"고 해명하더군요.

서울시는 외부 심사위원 등으로 구성된 산하 위원회에서 라일리 사장을 명예시민으로 선정했다고 했습니다. 대사관 등의 추천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군요. 외국인 명예시민은 해외에서도 서울시에 대한 홍보에 나설 테니, 시 입장에선 별로 밑질 일은 아닙니다.

다만 라일리 사장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줄 거였다면,발빠르게 4년 전 수여하는 게 훨씬 나을 뻔 했습니다. 시간을 너무 끌다보니 미묘한 시점에,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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