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간판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3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전개하고 발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한 게 주효했다. 특히 시장지배력이 높아져 전세계 산업질서 재편과정에서 '승자 독식'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환율,유가 등 경제 여건이 불투명하고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실지회복'을 노리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기업 3분기 대약진

국내 대표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연결 기준으로 실적을 계산하기 시작한 200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도 3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기는 사상 최대인 20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분기에 이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SDI의 3분기 영업이익(881억원)도 2005년 4분기 이후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도 3분기 5조9744억원의 매출과 90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금융위기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8세대,6세대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결과다.

현대 · 기아차는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현대차는 3분기 97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2분기 5.2%로 처음 5%대 벽을 넘은 데 이어 3분기에도 5.5%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아차는 영업이익 3135억원,당기순이익 402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LG화학은 2분기에 이어 또다시 분기 실적 최대치를 경신했다.

불황속 공격경영,승자독식 발판 확보

국내 간판 기업들의 대약진은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인 경영전략의 결실로 분석된다. 비용절감을 통해 내실을 다지면서도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과감하게 공격경영에 나선 것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이 지칠 때까지 밀어붙이는 '치킨게임'으로 불리는 출혈경쟁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로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려나갔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품질 개선으로 8분기 만에 처음으로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LED TV는 주도적인 시장 개척 사례로 꼽힌다.

휴대폰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풀터치스크린폰 시장을 적극 공략해 중저가폰 중심의 노키아 턱밑까지 쫓아왔다. 현대 · 기아차는 '어슈어런스(Assurance)프로그램'과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사업 재편으로 경기회복 이후 대비

주요 기업들이 경기침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살려 깜짝 실적을 올렸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등 경제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다. 수출을 버팀목으로 실적호전을 이뤄낸 기업들이 적잖이 긴장하는 이유다. 전자 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는 한국 기업을 겨냥한 글로벌 경쟁기업들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사업구조를 재편하거나 미래사업 발굴에 나서는 등 어렵게 잡은 승기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삼성은 기존 사업 외에 태양전지,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바이오시밀러(복제약),로봇 등의 신사업을 준비 중이다. 계열사 재편에도 나섰다.

LG그룹도 통신계열사인 텔레콤,데이콤,파워콤을 합병해 유 · 무선 컨버전스(융합)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방침이다. LCD용 유리기판,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의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 · 기아차는 신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SK그룹은 무공해 석탄 에너지,해양 바이오 연료,태양전지 등 7개 분야의 녹색기술에 총 1조원을 투자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