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가 유동성을 보강하기 위해 실시한 유상증자가 결국 '반쪽짜리'로 끝나게 됐다.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일본 스즈키자동차,중국 상하이자동차 등 주요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GM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스즈키와 상하이차가 이번 증자에 불참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GM대우,내년 초가 고비

대규모 환차손 탓에 연초부터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온 GM대우는 지난달 들어서야 한숨 돌린 상태다. 원 · 달러 환율 하락세와 맞물려 환차손 부담이 적어졌고 국내외 판매대금이 본격 유입되고 있어서다. 베네수엘라 등 해외에서 받지 못했던 미수금이 들어왔고,지난달엔 총 5만7000여대를 판매해 올 들어 월간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년 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GM이 23일 실권주 인수 방식으로 납입할 2500억원으로는 2~3개월도 버티기 어려운 데다,최대 채권기관인 산은이 선물환계약 만기 때마다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달에 1258억원의 대출금을 연장 없이 회수한 데 이어 매달 3억달러씩 만기가 돌아오는 총 50억달러 규모의 선물환 계약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재확인했다. GM대우는 작년에 선물환 거래 손실과 판매 급감으로 총 875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으며,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신차 개발 또다시 '올스톱'

프리츠 헨더슨 GM 회장은 최근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GM대우의 신차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자금 부족으로 인해 여의치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GM대우 노사는 지난 7월 임금협상 과정에서 준대형 승용차 VS-300(프로젝트명) 등 총 7개의 신차를 오는 2012년까지 출시하기로 합의했었다.

GM대우가 지난 1~2년간 신차를 제대로 내놓지 못해 국내외 판매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차 개발 중단에 따른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GM대우가 지금 신차 개발에 나서지 못할 경우 2~3년 뒤에는 시장에서 제대로 팔 차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산은이 GM과의 협상 과정에서 GM대우의 장기 생존방안을 확약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GM 내에서도 경 · 소형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 및 인도에서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고,GM 본사에서 직접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며 "GM대우의 위상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이번 기회에 GM으로부터 생존방안에 대한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