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 · 기아차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을 준비하면서 금융사 간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보험사의 텃밭이던 퇴직연금 시장에 은행이 뛰어들어 점유율이 50%로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은행권의 '꺾기' 영업을 비난하고 있다.

은행권 내에서는 국민은행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추월하고 산업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 뛰어드는 등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조원대였던 퇴직연금 시장은 2010년 말부터 기존의 퇴직보험 · 신탁에 대한 세제 혜택이 폐지돼 내년말 쯤엔 25조원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들 퇴직연금 준비

2005년 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금융사들이 유치한 퇴직연금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9조1000억원 정도다. 퇴직보험 · 신탁에 대한 세제 혜택이 폐지되기 전에 서둘러 가입하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GS그룹이 지난 7월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한 데 이어 ㈜LG와 LG화학 등 LG그룹 13개사가 지난 9월 말 사업자를 뽑았다.

이강설 국민은행 퇴직연금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 ·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들도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권 '진격',보험권 '수성'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퇴직연금 시장 공략을 강화해 2007년 6월 33.3%였던 시장점유율을 지난 9월 말 52.5%로 끌어올렸다. 국민은행(시장점유율 10.3%)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강자였던 우리(10.0%) 신한은행(9.6%)을 지난 6월 추월했고 1위인 삼성생명(15.3%)을 넘볼 태세다.

올 들어 9월까지 3550억원가량의 퇴직연금을 유치한 국민은행은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해 은행권 1위 자리를 굳건히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00여개 점포에 퇴직연금 전담자를 각각 2명씩 배치했고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실무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해피콜(Happy call)'이라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의 금융시스템을 개선해 기업 고객과 가입 근로자가 접속 초기 화면에서 부담금,수익률,자산배분 현황 등 운용 현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도 하나 이-패밀리(Hana e-family)'라는 퇴직연금 맞춤형 통합 자금관리시스템을 설치했다.

산은지주 체제로 개편되는 산업은행이 퇴직연금 강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변수로 등장했다. 산은의 점유율은 3.7%로 은행 중 5위지만 정책자금을 활용한 기업 정보와 네트워크가 탄탄해 퇴직연금 시장의 '거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험사도 반격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 자산관리퇴직연금보험 금리연동형Ⅱ'라는 특화상품을 내놓았다. 대한생명은 퇴직급여 회계컨설팅이 가능한 퇴직연금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교보생명도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노후설계 공동설명회'를 열고 있다. 증권사들은 높은 금리를 앞세우고 있다. 실제 은행과 보험권이 제시하는 금리는 연 5%대지만 증권사들은 6% 후반대를 제시하고 있다.

김현석/강동균 기자 realist@hankyung.com

◆퇴직연금=기업 내에서 관리하던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하는 제도.금융사는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둘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한다. 퇴직금이 미리 정해지는 확정급여형(DB)과 자산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이 변동하는 확정기여형(DC) 등으로 나뉜다.